[Travel] 자연·캠핑·온천·사케…유쾌한 가을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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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니가타
만년설 뒤덮인 긴잔다이라, 독특한 은색 풍광 펼쳐져…스노피크 캠핑장서 캠핑도
일본 최고 사케 곁들여 신선한 해산물 요리 즐겨…고색창연한 온천서 피로 '싹'
만년설 뒤덮인 긴잔다이라, 독특한 은색 풍광 펼쳐져…스노피크 캠핑장서 캠핑도
일본 최고 사케 곁들여 신선한 해산물 요리 즐겨…고색창연한 온천서 피로 '싹'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설국이었다.”
노벨문학상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은 니가타를 가장 잘 표현해준다. 니가타는 눈의 나라다. 그래서 눈이 와야 니가타의 진정한 묘미를 느낀다는 사람이 많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니가타의 여름과 가을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어느 계절에 니가타를 방문해도 눈부신 자연과 일본 최고의 사케, 온천에 캠핑까지 두루 즐길 수 있다.
○한여름에도 녹지 않는 만년설
니가타를 ‘은빛으로 뒤덮인 환상적인 도시’라고 한 일본 소설가들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니가타에는 일본의 100대 명산 중 무려 11개가 있다. 전문적인 등반을 위한 코스부터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코스까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특이한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 바로 긴잔다이라(銀山平)다. 긴잔다이라로 가는 길에는 ‘오쿠타다미 실버라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960년대 오쿠타다미 댐을 건설하기 위해 만든 이 도로는 총연장 25㎞ 중 22㎞가 터널 구간이다.
야생화가 끝없이 펼쳐지는 ‘오제 습원’으로 가는 길도 이 지역에서 시작한다. 긴잔다이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건너야 하는 오쿠타다미 호수는 맑고 잔잔하다. 긴잔다이라는 300여년 전에 은을 채굴하던 곳이다. 긴잔다이라에서 트레킹을 하듯 한 시간 정도 걸으면 닿는 아라사와 계곡은 한여름에도 녹지 않는 만년설로 덮여 있다.
만년설의 두께는 무려 12m. 만년설 아래 두터운 얼음장 밑으로 마치 에어컨처럼 냉기가 주변 공기를 압도했다. 일본인 해설사가 자그마한 온도계를 꺼냈다. 20도. 긴잔다이라 마을 아래에서 쟀을 때에는 27도가량이었는데 녹지 않는 눈이 끌어내린 온도가 7도나 된다. 녹지 않는 눈을 만드는 산의 해발은 그러나 높지 않다. 겨우 1000~1500m다.
긴잔다이라의 첫눈은 해마다 이맘 때부터 내려 4월까지 계속된다. 자연이 잘 보존돼 있고 계곡 물이 맑아 송어 낚시를 즐기러 오는 사람도 많다. 매년 7월이면 이곳은 거대한 축제장이 된다. 유노타니 유키마쓰리(눈축제)라는 이름의 축제는 눈더미를 쌓아 보관했다가 사케를 눈 속에 넣어 차갑게 즐기면서 송어회나 소바를 먹는 유쾌한 축제다.
○캠퍼들의 로망 스노피크의 고향
자연이 유장하고 아름답다 보니 니가타 곳곳에는 캠핑장이 발달해 있다. 그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곳이 바로 스노피크 캠핑장.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스노피크는 캠핑 용구를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스노피크의 창업주는 원래 철공소를 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다 1956년 마키가 이끄는 등반대가 히말라야 마나슬루봉을 정복하면서 일본에 등산붐이 일자 등산을 좋아했던 창업주는 산악용 아이젠을 전문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일본이 1964년 도쿄올림픽을 치르면서 레저열풍이 불었고, 스노피크는 다양한 캠핑용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에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캠핑업계의 일등 기업이다 보니 그들이 운영하는 캠핑장도 무언가 다르다.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캠핑장답게 100여동의 텐트 외에 데크나 인공구조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각 사이트에 화장실, 샤워실, 개수대만 깔끔하게 구비해 놓았다.
○물과 자연과 쌀이 만든 최고의 사케
니가타를 이야기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어쩌면 사케일 것이다. 니가타는 일본 최고의 사케가 있는 고장이다. 일본인들이 꼭 한 번 마셔보고 싶은 사케를 설문조사해 보니 니가타현의 사케가 무려 5개나 올랐다. 그중 니가타를 대표하는 고시노 간바이, 구보타, 핫카이산이 1~3위를, 세추바이가 5위를 차지했다. 일본인들이 사케 하면 니가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싶다. 좋은 사케가 만들어지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후와 물, 양조기술과 쌀이다.
이 네 가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져야 최고의 사케가 나온다. 그런 면에서 니가타는 축복받은 곳이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눈이 녹아내린 맑은 물이 있어 물맛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맛있는 쌀의 대명사로 불리는 고시하카리의 본산지이니 모든 조건이 그야말로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셈. 양조기술은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양조장만 무려 92개에 도지라고 불리는 사케 명인들이 수두룩하다. 겨울이면 눈이 너무 많이 내려 갇혀있다시피 하니 자연스럽게 사케 소비량도 전국 1위다.
사케를 많이 먹다 보니 당연히 더 좋은 사케를 원하게 됐다. 술이 좋으면 안주도 좋아야 하는 법. 니가타 음식이 맛있는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답이 나온다. 신선한 해산물과 뒷맛이 깔끔한 음식들이 유혹하는 곳이 바로 니가타다. 많은 사케 양조장 중에서도 특히 가메노우는 기억에 남는 곳이다. 1833년 창업해 무려 7대에 걸쳐 대물림된 양조장은 한때 ‘나쓰코의 사케(夏子の酒)’라는 이름의 만화와 드라마로 나와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다. 가메노오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부드럽고 깊은 맛에 지금은 잃어버린 사케의 원형질 같은 느낌을 주고 있어 4000엔짜리 한 병이 수만엔에 거래된다고 한다.
니가타에서 사케만큼 유명한 것이 바로 온천이다. 온천의 수만 154개. 일본에서 세 번째로 많을 뿐만 아니라 고색창연한 온천에서 테마가 있는 온천까지 다양한 온천이 있는 곳으도 정평이 나 있다. 그중 ‘일본 3대 약탕’으로 손꼽히는 마츠노 야마 온천을 비롯해 ‘온천 소믈리에’의 발상지인 아카쿠라 온천 등이 유명하다. 아름다운 석양으로 유명한 ‘세나미 온천’, 야생화 천국인 오제국립공원의 ‘유노타니 온천쿄’와 소설 ‘설국’의 무대인 에치고 유자 온천 등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니가타=최병일 여행·레저 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여행팁
대한항공이 인천~니가타 노선을 매일 운항하며 2시간30분 걸린다. 도쿄에서 1시간37분 걸리는 조에쓰신칸센을 타고 니가타로 가는 방법도 있다. 겨울 스키 시즌 전 니가타 여행을 계획한다면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스노피크(snowpeak.com) 본사에는 캠핑장이 있다. 캠핑 장비도 빌려준다. 겨울 아웃도어도 가능하다. 직판장에선 국내보다 싸게 캠핑용구를 살 수 있다. 낙조 명소인 마제 해안의 야히코산 신사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이와무로 온천(iwamuro.info)이 있다. 에도시대 300년간 참배객의 사랑을 받았다. 수질은 약알칼리성 유황천.
일본 전문 여행사 에나프투어(enaftour.co.kr)에서 판매하는 럭셔리 캠핑&료칸 휴양 상품은 니가타 도큐인 1박과 스노피크 캠핑장(장비 대여 포함) 2박, 이와무로 온천 유모토야 1박을 포함한다. 7인승 렌터카도 제공돼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기 편리하다. 인천~니가타, 하네다~인천 항공일정을 제공해 도쿄를 둘러볼 수도 있다. 139만9000원.(02)337-3088 니가타 정보는 니가타현 관광협회(enjoynigata.com/ko)나 니가타현 한국사무소(nigata.or.kr) 웹사이트를 참조하면 된다.
노벨문학상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은 니가타를 가장 잘 표현해준다. 니가타는 눈의 나라다. 그래서 눈이 와야 니가타의 진정한 묘미를 느낀다는 사람이 많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니가타의 여름과 가을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어느 계절에 니가타를 방문해도 눈부신 자연과 일본 최고의 사케, 온천에 캠핑까지 두루 즐길 수 있다.
○한여름에도 녹지 않는 만년설
니가타를 ‘은빛으로 뒤덮인 환상적인 도시’라고 한 일본 소설가들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니가타에는 일본의 100대 명산 중 무려 11개가 있다. 전문적인 등반을 위한 코스부터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코스까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특이한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 바로 긴잔다이라(銀山平)다. 긴잔다이라로 가는 길에는 ‘오쿠타다미 실버라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960년대 오쿠타다미 댐을 건설하기 위해 만든 이 도로는 총연장 25㎞ 중 22㎞가 터널 구간이다.
야생화가 끝없이 펼쳐지는 ‘오제 습원’으로 가는 길도 이 지역에서 시작한다. 긴잔다이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건너야 하는 오쿠타다미 호수는 맑고 잔잔하다. 긴잔다이라는 300여년 전에 은을 채굴하던 곳이다. 긴잔다이라에서 트레킹을 하듯 한 시간 정도 걸으면 닿는 아라사와 계곡은 한여름에도 녹지 않는 만년설로 덮여 있다.
만년설의 두께는 무려 12m. 만년설 아래 두터운 얼음장 밑으로 마치 에어컨처럼 냉기가 주변 공기를 압도했다. 일본인 해설사가 자그마한 온도계를 꺼냈다. 20도. 긴잔다이라 마을 아래에서 쟀을 때에는 27도가량이었는데 녹지 않는 눈이 끌어내린 온도가 7도나 된다. 녹지 않는 눈을 만드는 산의 해발은 그러나 높지 않다. 겨우 1000~1500m다.
긴잔다이라의 첫눈은 해마다 이맘 때부터 내려 4월까지 계속된다. 자연이 잘 보존돼 있고 계곡 물이 맑아 송어 낚시를 즐기러 오는 사람도 많다. 매년 7월이면 이곳은 거대한 축제장이 된다. 유노타니 유키마쓰리(눈축제)라는 이름의 축제는 눈더미를 쌓아 보관했다가 사케를 눈 속에 넣어 차갑게 즐기면서 송어회나 소바를 먹는 유쾌한 축제다.
○캠퍼들의 로망 스노피크의 고향
자연이 유장하고 아름답다 보니 니가타 곳곳에는 캠핑장이 발달해 있다. 그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곳이 바로 스노피크 캠핑장.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스노피크는 캠핑 용구를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스노피크의 창업주는 원래 철공소를 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다 1956년 마키가 이끄는 등반대가 히말라야 마나슬루봉을 정복하면서 일본에 등산붐이 일자 등산을 좋아했던 창업주는 산악용 아이젠을 전문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일본이 1964년 도쿄올림픽을 치르면서 레저열풍이 불었고, 스노피크는 다양한 캠핑용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에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캠핑업계의 일등 기업이다 보니 그들이 운영하는 캠핑장도 무언가 다르다.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캠핑장답게 100여동의 텐트 외에 데크나 인공구조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각 사이트에 화장실, 샤워실, 개수대만 깔끔하게 구비해 놓았다.
○물과 자연과 쌀이 만든 최고의 사케
니가타를 이야기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어쩌면 사케일 것이다. 니가타는 일본 최고의 사케가 있는 고장이다. 일본인들이 꼭 한 번 마셔보고 싶은 사케를 설문조사해 보니 니가타현의 사케가 무려 5개나 올랐다. 그중 니가타를 대표하는 고시노 간바이, 구보타, 핫카이산이 1~3위를, 세추바이가 5위를 차지했다. 일본인들이 사케 하면 니가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싶다. 좋은 사케가 만들어지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후와 물, 양조기술과 쌀이다.
이 네 가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져야 최고의 사케가 나온다. 그런 면에서 니가타는 축복받은 곳이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눈이 녹아내린 맑은 물이 있어 물맛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맛있는 쌀의 대명사로 불리는 고시하카리의 본산지이니 모든 조건이 그야말로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셈. 양조기술은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양조장만 무려 92개에 도지라고 불리는 사케 명인들이 수두룩하다. 겨울이면 눈이 너무 많이 내려 갇혀있다시피 하니 자연스럽게 사케 소비량도 전국 1위다.
사케를 많이 먹다 보니 당연히 더 좋은 사케를 원하게 됐다. 술이 좋으면 안주도 좋아야 하는 법. 니가타 음식이 맛있는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답이 나온다. 신선한 해산물과 뒷맛이 깔끔한 음식들이 유혹하는 곳이 바로 니가타다. 많은 사케 양조장 중에서도 특히 가메노우는 기억에 남는 곳이다. 1833년 창업해 무려 7대에 걸쳐 대물림된 양조장은 한때 ‘나쓰코의 사케(夏子の酒)’라는 이름의 만화와 드라마로 나와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다. 가메노오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부드럽고 깊은 맛에 지금은 잃어버린 사케의 원형질 같은 느낌을 주고 있어 4000엔짜리 한 병이 수만엔에 거래된다고 한다.
니가타에서 사케만큼 유명한 것이 바로 온천이다. 온천의 수만 154개. 일본에서 세 번째로 많을 뿐만 아니라 고색창연한 온천에서 테마가 있는 온천까지 다양한 온천이 있는 곳으도 정평이 나 있다. 그중 ‘일본 3대 약탕’으로 손꼽히는 마츠노 야마 온천을 비롯해 ‘온천 소믈리에’의 발상지인 아카쿠라 온천 등이 유명하다. 아름다운 석양으로 유명한 ‘세나미 온천’, 야생화 천국인 오제국립공원의 ‘유노타니 온천쿄’와 소설 ‘설국’의 무대인 에치고 유자 온천 등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니가타=최병일 여행·레저 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여행팁
대한항공이 인천~니가타 노선을 매일 운항하며 2시간30분 걸린다. 도쿄에서 1시간37분 걸리는 조에쓰신칸센을 타고 니가타로 가는 방법도 있다. 겨울 스키 시즌 전 니가타 여행을 계획한다면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스노피크(snowpeak.com) 본사에는 캠핑장이 있다. 캠핑 장비도 빌려준다. 겨울 아웃도어도 가능하다. 직판장에선 국내보다 싸게 캠핑용구를 살 수 있다. 낙조 명소인 마제 해안의 야히코산 신사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이와무로 온천(iwamuro.info)이 있다. 에도시대 300년간 참배객의 사랑을 받았다. 수질은 약알칼리성 유황천.
일본 전문 여행사 에나프투어(enaftour.co.kr)에서 판매하는 럭셔리 캠핑&료칸 휴양 상품은 니가타 도큐인 1박과 스노피크 캠핑장(장비 대여 포함) 2박, 이와무로 온천 유모토야 1박을 포함한다. 7인승 렌터카도 제공돼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기 편리하다. 인천~니가타, 하네다~인천 항공일정을 제공해 도쿄를 둘러볼 수도 있다. 139만9000원.(02)337-3088 니가타 정보는 니가타현 관광협회(enjoynigata.com/ko)나 니가타현 한국사무소(nigata.or.kr) 웹사이트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