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스마트폰 값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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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석 IT과학부장 chabs@hankyung.com
![[한경데스크] 스마트폰 값의 '불편한 진실'](https://img.hankyung.com/photo/201309/AA.7798378.1.jpg)
보조금 규제로 값만 비싸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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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스마트폰 할인 폭을 규제하는 명분은 ‘이용자 차별 해소’다. 통신사들이 특정 기간에 특정 지역, 특정 고객에게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건 소비자 차별이니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똑같은 신사복도 백화점이냐, 아울렛이냐에 따라 판매가격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동네 마트에서도 ‘30명 선착순 반짝 세일’로 삼겹살 값을 다르게 판다. 그런데 왜 스마트폰은 그렇게 팔면 안될까? 백보를 양보해 소비자 차별이 문제라면 소비자단체가 항의해야지, 왜 정부가 나서서 규제하려고 할까? 이런 식으로 스마트폰 값을 통제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란 대목에서 궁금증은 더 커진다.
그 이면엔 방통위와 통신사의 절묘한 이해 절충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방통위는 휴대폰 보조금을 규제하면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거대 통신사들에 막강한 권력을 갖는다. 방통위는 통신 3사엔 ‘갑(甲) 중의 갑’이다. 통신사들도 보조금 규제가 싫지만은 않다. 규제 덕분에 마케팅비를 아껴 이익을 더 낼 수 있어서다. 방통위가 휴대폰 보조금 규제를 강화했던 지난 2분기(4~6월) 통신 3사 마케팅비가 10% 안팎 줄면서 영업이익은 20~30% 늘어난 게 증거다. 통신사들은 방통위가 보조금 규제의 칼을 세게 휘두를수록 고개 돌려 웃는다. 이때 억울한 건 스마트폰을 싸게 살 권리를 박탈당한 소비자들이다. 소비자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규제가 오히려 소비자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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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을 하면 방통위는 “모르는 소리 그만하라”고 한다. 보조금 규제를 없애면 통신사들이 네트워크 투자는 안 하고 가격경쟁만 벌여 결국 통신서비스 질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도 방통위의 ‘넓은 오지랖’이다. 그건 정부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경쟁은 가격과 서비스로 이뤄진다. 소비자가 그 둘을 조합해 비교하며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게 시장이다. 통신서비스 질은 시장의 경쟁압력으로 좋아지는 것이지, 정부 규제로 향상되는 게 아니다.
상품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내버려 두는 게 최선이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면 시장만 왜곡된다. 심야에 인터넷 뒤지고 암호 해석 못하는 소비자들은 언제까지 스마트폰을 비싼 값에 사야 하나.
차명석 IT과학부장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