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반정부 시위가 터키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주식, 채권, 외환시장이 동시에 출렁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터키 증시가 10년 만에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며 “투자자들이 주말 내내 계속된 반정부 시위로 생긴 불확실성에 반응했다”고 지난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31일부터 터키 전역으로 확산된 반정부 시위는 이스탄불과 수도 앙카라 등 주요 도시에서 이어지고 있다. 잠잠해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터키 전역에서 시위자들과 경찰이 다시 충돌했으며 이날 이스탄불에서 첫 공식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정국 불안에 금융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시위가 격화됐던 3일 터키 주식시장의 이스탄불 100지수는 개장하자마자 6.43% 하락했다. 이후 낙폭을 더해 9006.35포인트 떨어진 76,983.66으로 10.47% 폭락한 채 마감했다. 10년 만에 최대 하락률이다. 4일 증시가 반등했지만 여전히 위험한 상황이다. WSJ는 “터키에서 계속되고 있는 시위가 투자자들에게 터키에 투자할 때는 정치적 위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줬다”고 분석했다.

외환시장도 영향을 받았다. 3일 달러화에 대한 터키 리라화 환율도 1.5% 올라 1.88리라를 기록했다. 2011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리라 가치 하락으로 2년 만기 리라표시 터키국채금리도 크게 올라 6.78%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치권은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모로코, 튀니지, 리비아 등 아프리카 순방에 앞서 “증권시장은 항상 떨어지고 오르는 곳”이라며 “언제나 안정된 상태로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터키 경제는 자신감이 있고 안전한 투자처”라며 “터키 경제를 증시로만 판단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압둘라 굴 터키 대통령은 시위대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터키는 민주주의의 우월함을 믿는다”며 “민주주의는 선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모든 필요한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는 지난주 정부가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 있는 게지 공원 일대에 쇼핑몰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수천명의 반대자들이 광장으로 나오면서 시작됐다.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시간이 갈수록 점차 반정부 시위로 성격이 바뀌었다.

일각에서는 시위가 단순히 공원 개발 반대 때문만은 아니라 이슬람원리주의를 복원하려는 현 정부와의 충돌이란 해석이 나온다. 때문에 불안한 시장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