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권력 갈수록 비대화, 의회 독재 시대 열렸나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다. 가히 입법부 독재시대요 법에 대한 정치의 확고한 우위다. 입법부는 행정을 시녀화하고 사법부의 고유 영역까지 침해해 들어간다. 과잉 입법, 제멋대로 입법이 삼권분립의 법 정신을 훼손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흔들고 있다. 국회는 단연 대한민국의 ‘슈퍼슈퍼 갑’이요 갑 중의 갑이다. 입법 사법 행정이 견제하면서 균형을 맞추는 민주적 질서는 급속하게 와해되는 중이다. 선출된 자의 특권이 무제한으로 확대되면서 국회에서 방망이를 두들기기만 하면 법이라는 식의 무소불위 입법 만능주의다.

무엇보다 입법의 홍수다. 19대 개원 1년이 채 안 됐지만 의원발의 법안만 4443건에 달한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 313건의 14배다. 이런 법안 홍수는 전례 없는 일이다. 행정부의 권한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 최근 사례만 봐도 그렇다. 국회는 추경예산안을 심사하면서 ‘대기업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기본공제율을 1%포인트 인하키로 하더니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손대면서는 과징금을 매출액의 5%라고 일방적으로 정해버렸다. 근거도 논리도 없고 임의로 정하면 그만이다. 세액공제의 특수성이나 경기와 산업에 미치는 논리적 정합성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환경부는 10%, 산업부는 1%라고 했던 과징금을 5%라고 정한 근거가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년 60세 연장법도 정부와 재계 모두가 후유증을 우려하는 와중에 후다닥 처리된 법안이다. 4월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나온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한시감면 기준이나 소급적용일 같은 부동산 행정의 세부각론도 정치권이 자의로 손질한 것이다. 급기야 대체휴일제 논의과정에서 대통령령인 ‘관공서 공휴일 규정’을 9월 전까지 바꾸라고 시한까지 정해 압박했다. 환경노동위에서는 근로시간 단축 의무화, 기업의 정리해고 요건까지 다 손보겠다고 하는 마당이다. 행정부를 단순 집행기능으로 격하시키는 동시에 노동시장을 아예 국회가 관리하겠다는 초법적이며 독재적 발상이다.

법! 법! 법! 오로지 법으로 만들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휴일에 총리 이하 장차관을 20명씩이나 불러놓고 정작 예결위원 50명 중 6명만이 자리를 지킨 장면은 입법부의 무소불위 권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것이 국회 독주의 실상이다. 입법 만능주의, 국회에서 방망이만 두드리면 합법이라는 입법편의주의는 사법부에 대해서도 거침이 없다. 재계 총수의 경영판단에 대해 15년의 실형을 법에 못박고, 기업인을 특정해 사면을 불가하도록 만들었으니 개별 판결에까지 국회가 가이드라인을 내겠다는 식의 횡포다. 법원의 판단을 제한하고 양심과 재량을 빼앗는 이런 법안들은 전근대적 보복을 정당화하는 탈리오법이다. 이미 국회는 대법관에 대해 청문회 형식으로 임명단계에서, 헌법재판관은 3분의 1(3명)을 직접 지명해 최고 법원의 구성단계에서부터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사법의 민주성을 보강하기 위한 장치가 이제 사법부를 쥐고 흔드는 의회독재의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판사들이 국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으니 기업인들에 대한 무조건적 1심 구속을 비롯해 전교조 편향판결 등 법원마저 포퓰리즘에 휩쓸릴 조짐을 보인다. 통상임금 문제처럼 유사 사안을 두고 제각각인 판결이 나와도 누구 하나 나서지도 않는 침묵의 동조만이 법조계를 지배하고 있다. 과잉입법은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6월 임시국회에서 극에 달할 전망이다. 소위 일감몰아주기를 감옥행으로 처리하라는 국가형벌권의 남용에 대해서는 사법부도 침묵 모드다. 갑자기 튀어나온 연봉 5억원 이상 기업임원 보수공개 법안이나 예상매출을 손해배상하라는 프랜차이즈법은 대중의 질투를 합리화하는 법이지만 역시 모두가 언급조차 않고 있다. 오로지 대중이 원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감행한다는 대중영합적 특성이다.

그렇게 한국 민주주의가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의회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폭주해도 되는지에 대한 자기반성은 국회의원 개인에게서나 국회차원에서 눈을 씻고도 찾을 수 없다. 한국 민주주의는 과연 올바른 노정을 찾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