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1달러=100엔 시대' 이대로 있을건가
최근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을 국내경기 부양책으로 인정하면서 엔·달러 환율이 100엔대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이 간접적으로 엔화환율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와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먼저 일본 수출품의 가격이 싸져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 수출의 감소가 우려된다. 양적완화 정책으로 풀린 돈이 한국으로 유입돼 원화환율이 과도하게 하락하는 문제도 있다.

이런 상황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있었다. 엔화환율이 높아지고 원화환율이 낮아지면서 급격한 수출 감소로 인한 경상수지 악화로 외환위기나 외환부족을 겪은 것이다. 정부와 기업의 1달러 100엔 시대에 대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먼저 G20 회의에서 국제공조를 통해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대책은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976년 킹스턴 합의에서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조작하는 정책은 규제하고 있지만 각국의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국제적 합의나 규제가 없다. 이는 과거 독일과 영국의 사례에서도 잘 나타난다. 통일 후 독일이 통화통합과정에서 과잉 공급된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고금리정책을 사용하자 영국에서는 자본유출로 환율이 과도하게 높아지게 됐다. 영국은 독일에 금리를 낮춰줄 것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영국이 유럽통화제도에서 탈퇴하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다. 국내정책인 통화정책에 대해 국제적 합의나 규제는 어렵다. 이번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은 이런 허점을 이용한 국제전략인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우리 국내 정책대응이 더 중요하다. 먼저 한국은행은 금리를 낮출 필요가 있다. 올 들어 한국의 경기침체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선진국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었으나 우리는 3년의 시차를 두고 작년 하반기부터 침체가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환율하락으로 수출까지 감소할 경우 경기침체는 심각해진다. 국제적인 저금리와 양적완화 추세에 대응해 우리도 금리를 내려야 한다. 일본의 양적완화로 과도하게 유입되는 외환을 줄여서 환율이 지나치게 하락하는 것을 막고 경기도 살리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시기의 경험을 봐도 양적완화 정책을 먼저 실시한 국가가 경기침체에서 먼저 탈출한 사례가 있다. 이렇게 보면 양적완화 정책으로 돈을 풀고 있는 미국과 일본이 먼저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으며, 금리를 내리지 않고 있는 우리는 침체가 길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자본시장이 개방된 여건의 변화에 대응하는 통화정책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한국으로 과도하게 유입되지 않도록 지금 실시하고 있는 자본유입 규제조치도 강화해야 한다. 현행 규제조치인 외국인 채권자금에 대한 이자소득세를 강화하고 은행의 해외차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과도한 자본유입과 환율하락을 막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적정환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외환시장 개입을 반대한다고 해도 과도한 자본유입으로 적정 이하로 환율이 내려가는 경우 개입을 통해 적정환율을 유지해야 한다. 수출감소를 막아 위기에 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도 과도한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생산성을 높여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그동안 엔·달러 환율이 낮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은 많은 이익을 봤다. 일본 상품의 가격이 비싸서 우리 기업의 생산성이 낮아도 수출이 늘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엔화환율이 1달러 100엔대로 높아지는 지금은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는 수출은 물론 기업수익도 크게 감소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일본의 양적완화에 대응해 새 정부는 내부적으로 환율에 대한 정책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 정부 내 국제금융인력도 보강해 일본의 양적완화에 대응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 초기에 맞닥뜨린 대외적 충격에 정책실패를 하지 않도록 신중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정식 < 연세대 상경대학장 kimjs@yonsei.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