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메뉴
한국경제 앱 개편 EVENT

[신경영 20년…삼성 DNA를 바꾸다] "CEO 직속 디자인센터가 있는 곳은 삼성전자뿐"

장동훈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디자인전략팀장

해외 6개 사무소·디자이너 1200명…영감 얻기위해 한해 수천억 투자

갤럭시S3는 '미니멀 오가닉'…S4는 '감각적 오가닉' 콘셉트

中 제품·기술 모두 따라왔지만 우리는 사용자 가치 측면서 차별화
“스마트폰과 태블릿, 다이어리를 모두 들고 허덕이는 소비자를 보고 이들 기능을 모두 합한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개발부서에선 당시 4인치대였던 기술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고 했죠. 그러나 결국 만들었고, 엄청난 성공을 거뒀습니다.”

장동훈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디자인전략팀장(부사장·사진)이 뜬금없이 갤럭시노트 개발 비화를 꺼낸 건 ‘삼성 디자인의 현주소’를 제대로 알려주기 위해서다. “디자인의 역할은 더 이상 제품을 감싸는 겉모양(하우징)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그런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디자인”이라는 게 장 부사장의 얘기다.

기자는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가구박람회 현장에서 장 부사장을 만났다. 1200명의 삼성전자 디자이너를 이끄는 그는 이화여대 교수를 하다 2006년 입사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밀라노에서 ‘제2 디자인혁명’을 부르짖은 직후다.

입사 당시 상무보였으나 지난해 말 부사장이 됐다. 갤럭시S·노트 시리즈 등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UX) 개발을 총괄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 서울대와 시카고대에서 공부했다. 학계에 있을 땐 1988년 서울올림픽 레이저쇼 기획 연출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한국IBM 현대정유 등의 웹사이트 디자인을 맡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는 삼성전자를 ‘카피캣’이라 했다. 애플과의 특허소송 핵심 쟁점도 디자인이다.

“우리는 1971년 디자인부서를 만들어 40년간 디자인을 연구해온 조직이다. 1996년 이 회장이 ‘기업 경영의 최후 승부처가 디자인’이라고 말한 뒤 누구보다 투자를 많이 했다. 경쟁사만 납작한 사각 형태의 스마트폰 디자인을 내놓은 것이 아니다. 우리도 다 갖고 있던 형태다. 밀라노에 온 세계 디자이너들에게 물어봐라. 그 일을 통해 많이 배웠다. 경쟁사는 치밀하게 준비한 뒤 특허 소송을 걸었다. 그 뒤 특허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지금은 지식재산 관리 프로세스 등을 확립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삼성 디자인은 일관된 이미지가 없는 것 같다.

“꼭 아이덴티티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우린 제품이 수천 가지로 다양하고, 기술 발전에 따라 끊임없이 제품을 개발한다. 가격대도 천차만별이다. 한두 가지 제품을 만드는 스마트폰 회사나 몇 가지 제품밖에 없는 자동차 회사와는 다르다. 우리는 대중이 쓰는 제품을 만든다. 프리미엄 제품도 있지만 시장을 좁게 가져가지 않는다. 스마트폰 TV 가전 등 제품군별로 아이덴티티를 가지려 노력 중이다.”

▷디자인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 디자인은 삼성전자 내에서 오케스트라와 같다. 개발팀, 마케팅팀 등과 소통해 계속되는 혁신과 종합적 UX를 제품에 담는 것이다. 갤럭시노트가 좋은 예다. 노트 커버도 그렇게 개발했다. 갤럭시노트를 처음 만들어보니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버를 덮었더니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수첩과 크기가 비슷했다. 거부감이 사라지더라. 원래 우리가 제안한 화면은 6인치였다. 그러나 비용, 수요 등을 따져 노트1은 5.3인치로 만들었다. 앞으로 6인치 이상의 화면을 가진 스마트폰도 수요가 있고, 곧 나올 것으로 본다.”

▷디자인에 얼마나 많이 투자하는가.

“한 해 예산이 수천억원이다. 경쟁사 디자이너 수는 500명 수준이지만 우리는 1200명이 넘는다. 해외 6개 사무소가 있고 영국 미국 등 선진국에선 선행 디자인, 원형 디자인을 연구하고 인도 중국 등에선 현지 디자인을 기획한다. 한 회사에서 이렇게 많은 디자이너가 근무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는 이 회장이 디자인을 잘 이해하고 있어서다.”

▷이 회장이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가.

“지난해 이 회장이 오찬회의에서 디자인 부서를 세 번 불렀다. 한 번은 ‘연필로 그리는 것만이 디자인이 아니다’고 말씀하시더라. 디자인의 개념을 앞서서 보고 있는 분이다. 삼성 디자인 수준에 대해 ‘대학생 정도는 된다’고 했다. 더 잘하라는 이야기로 생각된다.”

▷디자인에서도 중국이 따라오지 않나.

“중국이 제품 기술 UX 등 모두 다 따라왔다. 유학한 인재를 데려오고, 모자라면 유명한 디자인스튜디오를 쓴다. 형태나 기능 면에서는 차별화하기 어렵다. 우리는 사용자에게 주는 종합적 가치란 측면에서 차별화하려고 노력한다.”

▷UX 차별화가 말은 쉽지만 어렵지 않나.

“디자이너 중 30% 이상이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면 심리학 공학 경영학 경제학 등 복합적인 사고가 필요해서다. 사실 디자이너는 감각 사고 등이 중요하다. 디자인 지식은 배우면 얼마든지 갖출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사람이면 전공을 불문하고 뽑는다.”

▷인재들이 왜 삼성에 오고 싶어 할까.

“올해 디자인 분야 공채 경쟁률이 100 대 1이 넘는다. 외국인 지원도 크게 늘었다. 4~5년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통상 디자인은 기업 내에서 마이너리티다. 개발부서가 기득권을 갖고, 디자인부서는 개발부서에 속해 있는 곳이 많다. 개발이 요구하면 그에 따르는 식이다. 삼성은 다르다. 디자인센터가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있고, 사업부 내 디자인 조직을 관장한다. 다른 회사 디자이너들이 이런 걸 알면 놀란다.”

▷밀라노에 굉장히 많은 사람이 왔다.

“120명이 왔다. 영감을 얻기 위해서다. 영감을 얻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한다. 제품 개발을 할 때 개발팀이 꾸려지면 영감을 얻으라고 여행을 보낸다. S3를 디자인할 때 3개 팀이 있었는데 한 팀은 알래스카에 열기구를 타러 갔고, 한 팀은 호주에 가서 세계에서 가장 큰 바위인 에어스록을 보고 왔다. 또 한 팀은 북극에서 직접 오로라를 봤다. 이들이 돌아와 조약돌 형태, 색상 등 원형 디자인을 했다.”

▷갤럭시S3와 S4 디자인 차이점은.

“S3는 ‘작은 유기물(미니멀 오가닉)’이 콘셉트였다. 유기적 형태란 얘기다. 그래서 조약돌 같은 형태, 잠금화면을 열면 찰랑거리는 물결과 소리 등을 개발했다. 소리도 우리가 만든다. S4는 ‘감각적 오가닉(Sensory Organic)’을 콘셉트로 한다. 형태는 비슷하지만 반짝반짝하다. 잘 보면 시계처럼 금속 느낌이 나면서 고급스럽다. 커버만 해도 금속성 알루미늄을 씌웠다.”

▷디자인 철학이 있다면?

“소비자 니즈에 미래가치를 담는 그릇이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즉 그 시작은 인간이다.

밀라노=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1. 1
  2. 2
  3. 3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1. 1
  2. 2
  3. 3
  4. 4
  5. 5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