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꾸르륵~ 배탈났나?…과민성 대장증후군 조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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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헬스 - 송년회 음주 후 '변'으로 건강체크
과음한 뒤 화장실 들락날락…설사·변비 교대로 나타나
과민성 대장증후군 심하면 신경안정제 복용해야
변에 피 섞여 나오면 장염 의심
과음한 뒤 화장실 들락날락…설사·변비 교대로 나타나
과민성 대장증후군 심하면 신경안정제 복용해야
변에 피 섞여 나오면 장염 의심
연말연시, 이래저래 늘어난 술자리 때문인지 주변에서 설사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과음으로 인해 체내 신진대사가 깨져 설사가 유발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때는 대개 증상이 오래 가지 않으므로 탈수 예방을 위해 충분하게 수분을 섭취하거나 심할 경우 링거를 이용, 몸의 전해질 균형을 유지하면 괜찮아진다. 하지만 만약 설사나 변비 등이 며칠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된다면 구체적인 질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술 먹은 다음날 배가 ‘부글부글’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한성철 씨(41)는 얼마 전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나오는 설사로 고생하고 있다. 음식을 먹기만 하면 아랫배가 싸르르 아파 화장실에 가면 거의 설사를 하는데, 대변을 보고 난 뒤에도 변이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 자주 든다. 이달 들어 송년회, 동창회 모임 등 술자리가 많아지면서 이런 증상이 부쩍 심해졌다. 한씨는 결국 연차를 내고 병원을 찾았는데, 내시경·엑스레이 등의 검사를 받은 결과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만성적으로 아랫배가 불편한 증상과 함께 변비 또는 설사가 지속되거나 변비와 설사가 며칠 간격으로 번갈아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과음하거나 신체 균형이 무너지는 연말에 특히 직장인들이 많이 걸리는 질환이다. 스트레스도 한 요인이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이 감기에 이어 결근 원인 2위에 오를 정도로 환자가 많았다.
직접적인 원인은 대장운동의 이상, 내장신경의 과민반응 등이다. 위·장과 같은 소화기관은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는 근육인 불수의근에 의해 움직이는데, 과음·과식 등을 하고 스트레스가 겹치면 소화기관의 운동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으면서 복통, 설사, 변비 등이 동반된다. 증상으로는 배변 횟수가 늘고 대변이 묽어지는 한편 경련성 복통, 복부 팽만감, 가스 배출 등이 자주 나타난다.
민영일 비에비스나무병원 원장은 “술과 함께 안주로 짜거나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을 먹게 되면 평소 장이 예민한 사람들의 소화기를 더욱 민감하게 만든다”면서 “특히 과음하면 알코올이 위 점막을 손상시키고 대장 점막에 영향을 미쳐 증상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민 원장은 “특히 찬 음식에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은데, 며칠 동안 술모임이 계속 이어지거나 차가운 맥주 등을 ‘원샷’하는 술문화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을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며칠 주기로 변비와 설사를 반복하는 유형, 변비 증상이 있으면서 변이 토끼똥처럼 동글동글하거나 연필처럼 가는 모양을 하는 유형, 대변을 볼 때마다 설사를 하는 유형 등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치료는 증상에 따라 장 예민도를 떨어뜨리는 진정제, 대변 부피를 늘리고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부피형성 완화제 등 약물요법이 많이 쓰인다. 심할 경우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기도 한다.
민 원장은 “약물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심리적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식습관도 중요하다. 맵고 짠 음식은 장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딱딱한 음식이나 생채소, 기름진 음식도 조심해야 한다. 화학조미료를 많이 쓴 음식을 먹으면 증상이 심해진다. 대신 장 건강을 위해 유산균 발효유를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카페인이 들어 있는 커피나 차, 알코올, 지방이 많이 함유된 음식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설사에 피가 섞여 나오면 ‘세균성 장염’ 의심
과음 후 설사와 함께 혈변을 보기도 하는데, 대변에 피가 함께 섞여 나오고 열이 나면 세균에 의한 장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세균성 장염은 보통 여름에만, 영유아에서만 나타난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술자리가 잦은 연말, 많은 사람이 모인 대중음식점을 이용하다보면 상한 음식과 오염된 물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혈변과 함께 식욕 부진, 설사와 구토를 동반한다. 처음에는 머리가 아프면서 열이 나다가 변에 점액질이 섞여 있거나 피가 섞여 나온다. 이럴 때는 따뜻한 물을 계속 마시는 등 수분 보충을 충분히 해줘야 하고 각각의 균에 상응하는 항생제를 투여받는 것이 좋다.
본래 치핵이 있는 사람 역시 혈변을 볼 수 있다. 치핵이 알코올 섭취로 인해 악화된 상태에서 잦은 배변으로 치질 부위가 자극되기 때문이다. 장염이나 기타 질환에 의한 출혈인지 분별하기 위해 일단 술을 끊어 보고 호전되지 않으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연말에 며칠씩 연속해서 만성적으로 술을 마실 경우 췌장 기능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 지방질의 흡수 장애가 생겨 지방변을 보는 경우도 흔하다. 설사 후 기름기가 물 위로 뜰 경우 만성 췌장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러한 설사 외에도 너무 잦은 알코올 섭취는 비타민 B1, B2, 엽산, 당, 아미노산의 흡수를 방해하는데 입안을 헐게 하고 식욕을 감소시키면서 빈혈을 유발한다.
따라서 연말 술로 인해 건강에 적신호가 왔다고 느껴질 때는 당분간 금주하는 것이 좋고 음식을 조절해서 먹는 등 식이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민영일 비에비스나무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