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들마다 최대한 표를 얻으려면 공약에 사각지대가 없어야 한다며 이른바 맞춤형 족집게형 공약들을 열심히 만들어낸다. 국민을 지역, 세대, 직역 등 쪼갤 수 있는 대로 잘게 쪼갠 다음 이 집단에 특혜를 주고 표를 얻겠다는 타깃 마케팅이다. 고령자를 겨냥한 의료보험 확대 내지 의료비 상한제 도입, 영세상인들을 위한 대형마트 영업규제 강화, 대학생 표를 의식한 반값 등록금, 택시기사를 지원하기 위한 택시의 대중교통화 등에서 익히 봐오던 것이다.
가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온통 천국을 만들어주겠다고 얘기한다. 그렇지만 모두가 실현되기 어려운 공약들이다. 이른바 ‘구성의 오류’ 문제다. 이 쪽 얘기를 들어주면 저 쪽에서 문제가 터져 나오게 된다. 가치의 충돌, 이해관계의 상충이다. 택시와 버스, 동네 상인과 대형마트 입점 상인 및 납품 농민이 충돌하게 되는 것이다. 한 쪽에서는 고졸 취업자를 확대하겠다면서 다른 쪽에서는 대학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춰 대학에 가려는 줄을 더 길게 만든다. 결국 표가 더 많은 쪽의 손을 들어주는 방식으로 결말이 날 것이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지지율 차이가 박빙일수록 특혜 공약들이 쏟아질 것이다. 특혜와 표를 바꾸는 저질 대선이다. 이는 대통령 직을 경매에 부치는 것과 결코 다르지 않다. 대선후보들은 어느 편 손을 들어줘야 할지 골치 꽤나 아플 것이다. 이런 싸구려 경매 민주주의는 대중 민주주의의 필연적 결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