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뮤지컬을 산업의 무대로…'유령' 넘어 흥행마법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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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설앤컴퍼니
'오페라의 유령'서'위키드'까지
대기업 자본 적극 유치…대형 라이선스 작품 잇따라
매출 수백억…흥행 신기록 질주
첨단 마케팅 기법 도입
기획부터 홍보까지 차별화 전략…제작 수준·역량 '업그레이드'
'오페라의 유령'서'위키드'까지
대기업 자본 적극 유치…대형 라이선스 작품 잇따라
매출 수백억…흥행 신기록 질주
첨단 마케팅 기법 도입
기획부터 홍보까지 차별화 전략…제작 수준·역량 '업그레이드'
뮤지컬이 문화산업의 핵으로 떠올랐다. 공연표 판매업체 인터파크의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 말까지 뮤지컬 관객 수는 680만여명. 연말까지 7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2006년의 340만명에 비해 두 배가 넘고, 지난해보다도 100만명 늘어난 수치다.
시장 규모도 확 커졌다. 2000년대 초반 100억원 규모이던 뮤지컬 시장은 올해 2800억원대로 성장했다. 내년에는 3000억원, 2015년에는 4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런 뮤지컬 시장의 중심에 제작사 설앤컴퍼니가 있다.
설앤컴퍼니는 연간 뮤지컬 관객 30만명 수준이던 2001년 12월 ‘오페라의 유령’을 들여와 크게 성공했다. 이 작품 하나로 24만여명의 관객을 모아 192억여원의 매출을 올리며 국내 뮤지컬 역사를 새로 썼다. 국내 뮤지컬계는 ‘오페라의 유령’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뮤지컬에 ‘산업의 옷’ 입혀
설앤컴퍼니는 뮤지컬을 산업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한국은 뮤지컬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2000년에도 대형 공연의 평균 제작비가 20억원을 넘지 않았다. 지금은 장기 공연이 보편화됐지만, 당시만 해도 서울에서 단일작품의 최장기 공연은 한 달이 고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설앤컴퍼니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제작한 ‘오페라의 유령’은 충격 그 자체였다. 제작비가 120억원이나 됐다. 파격적인 7개월 장기공연에다 90%가 넘는 유료 객석 점유율도 화제였다. 순이익만 70억여원을 기록했다.
설도윤 대표는 “당시로선 120억원이란 제작비가 파격적인 금액이었지만, 좋은 작품을 만들려면 자본의 도움 없인 불가능할 것이란 생각을 했다”며 “뮤지컬도 산업이라는 생각에서 CJ 등 대기업 자본을 적극 유치했다”고 말했다.
‘오페라의 유령’의 성공으로 설앤컴퍼니는 뮤지컬도 산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이후 시장이 커졌고 국내 제작사들이 브로드웨이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늘면서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이 잇따라 제작됐다.
○무대의 질적 성장 이끌어
설앤컴퍼니는 한국 뮤지컬 관객의 눈높이는 물론 제작 수준과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린 주역으로 꼽힌다. 한국에서도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뮤지컬을 봤다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한국에 뮤지컬이 정착되기 전부터 해외 유명 회사들과 계약을 맺고 공연해 왔다. 세계적 공연기획 제작사인 RUG(The Really Useful Group)와 오랫동안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오페라의 유령’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캣츠’ ‘에비타’ 등 RUG그룹 작품 대부분을 들여와 무대에 올렸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 뮤지컬 시장은 라이선스 작품에 대한 저작권 개념도 없었다. 외국에서 공연되는 작품을 제멋대로 각색해 무대에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설 대표는 해외 유명 뮤지컬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을 국내 무대 제작에 참여시켰다. 뮤지컬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을 무대에 올려야 한다는 신념에서다.
그는 ‘오페라의 유령’ 공연 당시에 그런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제작 시스템을 도입, 국내 무대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이다.
○경영과 마케팅 개념 접목
설앤컴퍼니는 국내 처음으로 뮤지컬에 경영과 마케팅 개념을 도입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01년부터 공연 기획, 마케팅, 홍보 부문을 철저히 구분해 전략 운영했다.
‘오페라의 유령’ 마케팅에는 신비주의 전략을 썼다. 설 대표는 “당시는 1997년 외환위기로 억눌려 있던 문화적 욕구가 경기 회복세를 타고 분출되던 때였다”며 “‘오페라의 유령’은 고가의 명품이란 인식을 심어주며 호기심을 자극했고, 기존에 없던 제작발표회에도 1억원 이상 쏟아부으며 새로운 마케팅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1~2개월 전에 티켓을 파는 관행을 깨고 4개월 전부터 팔아 일찍부터 관객의 관심을 끌었다. 한 번에 티켓 전부를 파는 게 아니라 여러 차례에 나눠 파는 방식이나 개막 뒤에도 지속적으로 작품을 관리하고 홍보하는 방식도 ‘오페라의 유령’을 시작으로 생겼다.
올해 최고의 흥행을 거둔 뮤지컬 ‘위키드’는 정반대 전략으로 관객을 파고들었다. 브로드웨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뮤지컬이지만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점을 감안, 관람료를 낮춰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설 대표는 “‘위키드’는 뮤지컬 원 프로덕션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대신 이익이 발생하면 수익을 나누는 형태로 계약했다”며 “덕분에 티켓가격을 비교적 낮게 책정할 수 있었다”고 했다.
최근 브로드웨이 내한 공연 티켓 최고가가 25만원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해 ‘위키드’ 관람료(5만~16만원)는 낮았다. 싱가포르 공연에 비해서도 30% 이상 싸게 매겼다. 이에 힘입어 ‘위키드’는 매출 260억원을 기록하며 올해 최고 뮤지컬의 영예를 안았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