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지난달 5일 국내 기업(은행권 제외) 최초로 두산인프라코어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영구채)에 대해 ‘자본이 아닌 부채로 회계처리해야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채무 변제 우선 순위와 만기 영구성 등 세부 조건을 따져봤을 때 자본으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두산인프라코어와 비슷한 구조로 영구채 발행을 준비 중인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1일 “두산인프라코어가 발행한 5억달러 규모의 영구채를 회계처리할 때 자본과 부채 중 어느 쪽으로 분류하는 게 적절한지 심의하라고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31일 한국회계기준원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당초 금융감독원은 두산인프라코어 측에 ‘자본으로 분류할지 여부는 기업 자율로 판단할 문제’라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 사실상 자본으로 분류하는 것을 용인했다.
금융위는 그러나 구체적인 회계처리 방식에 대한 해석 권한은 금감원이 아니라 한국회계기준원에 있기 때문에 금감원의 해석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회계업계 고위 관계자는 “형식적으로는 두산 측이 한국회계기준원에 질의를 하고, 이에 대해 한국회계기준원이 답변을 하는 과정으로 전개되겠지만 금융위는 이미 두산인프라코어의 영구채를 자본으로 회계처리하면 안 된다는 확고한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영구채는 자본과 부채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하이브리드 채권’으로도 불린다. 국제회계기준(IFRS)에서는 이를 자본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두산인프라코어가 발행한 영구채는 자본으로 분류하기 위한 핵심 단서인 ‘후순위’ 조건이 없는 데다 발행 5년 후 회사 측이 조기 상환하지 않으면 이자가 5%포인트 올라가는 과도한 ‘금리 상향 조정 조항(스텝 업)’이 붙어 있어 사실상 5년 만기 회사채에 가깝다는 것이 금융위의 판단이다.
이태호/김동윤 기자 thlee@hankyung.com
■ 영구채(永久債)
perpetual bond. 신종자본증권의 일종으로 특정 시점 후에 조기 상환하거나 만기를 계속 연장할 수 있는 채권. 만기를 연장할 경우엔 투자자에게 이자만 주면 된다. 채권과 주식의 중간 성격을 띠고 있어 하이브리드 채권으로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