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금융회사들이 부동산 전문가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예전에는 주택금융 프라이빗뱅킹(PB) 분야에서 ‘부동산 담당’ 실무자를 뽑는 정도였지만, 이제 스카우트 대상이 임원급이나 연구원 출신으로 높아졌다. 저금리 기조로 금융상품의 투자수익률이 떨어지자 고객이 원하는 수익률을 내기 위한 대안투자로 부동산 활용이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된 때문이다.

○‘부동산 고수들’ 금융권에 대거 진입

삼성생명은 최근 미국 3대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CBRE 부사장 오종섭 씨를 전격 영입했다. 고액 연봉을 주고 자산운용본부 전무급으로 앉혔다. 오 전무는 미국 부동산 시장 정보에 밝은 1급 중개인으로 꼽힌다. CBRE 시절 LG의 온타리오 물류센터, 삼성전자 뉴저지 물류센터, 현대차와 SK의 뉴저지 본사 빌딩 매입 등에 관여했다.

부동산 시장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학자들도 금융권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 ‘부동산 연구실’을 출범하며 부동산 시장 연구자 3명을 스카우트했다. 홍석민 실장은 주택산업연구원, 김성진 수석연구원은 한국감정원, 유명한 책임연구원은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업체 메이트플러스 출신의 정통 분석가다.

부동산 서비스에서 한발 앞선 KB금융도 전문가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KB는 건설산업연구원 출신 강민석 씨를 경영연구소 부동산 팀장으로 작년 3월 스카우트했다. 또 부동산서비스사업단을 출범하면서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 부동산투자회사 알투코리아 임채우 씨 등을 팀장으로 영입했다. 하나은행 역시 프라임 태평양 에이원 등 감정평가 법인에서 일하던 감정평가사 최윤석 씨를 이달 초 데려왔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금융회사 진입을 선호하고 있다. 우리은행 홍 실장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핵심 역할이 건설사에서 금융사로 옮겨온 것처럼 부동산 금융이 급부상했다”고 했다. 강민석 KB경영연구소 팀장도 “이제 금융까지 함께 알아야 부동산 전문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금융사 경쟁력, 이제 부동산이 좌우”

금융회사가 부동산 고수를 불러 모으는 이유는 시장 변화에 따라 앞으로는 부동산 서비스에서 경쟁력이 판가름날 것이라는 위기의식에서다. KB경영연구소 양원근 소장은 “은퇴자산관리 주택담보대출 등 대부분 금융 서비스가 보유 자산 유동화 등 부동산 문제로 귀결되면서 이 분야 경쟁력이 금융회사의 생존을 좌우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자산가들의 관심도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다. 우림건설과 마이애셋자산운용에서 부동산 실물과 금융을 섭렵한 곽명휘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은 “물가 상승이나 채권금리 하락에 대응할 수 있는 부동산 투자구조 설계에 대한 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역마진에 시달리는 보험사들도 자산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으로 부동산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600조원에 달하는 보험자산의 수익률이 연 4% 수준으로 떨어져 고객들에게 제시한 확정금리보다 낮은 상황을 부동산을 통한 추가 수익 확보로 돌파하려는 전략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자산투자 전략을 더 세분화하기 위해 부동산 전문가를 수혈하는 등 관련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은 1년 전 서울 삼성동 한국감정원 부지 1만1000㎡를 2300억원에 매입, 복합 건물로 개발하는 등 최근 부동산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한화생명도 지난 8월 영국 런던의 빌딩에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에 2500억원을 집어 넣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상은/조재길/박신영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