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에서 언제부터 성인을 숭배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4세기 이후 성인록을 만들고 시성(諡聖·성인으로 선포하는 것)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톨릭에선 성인이 되면 하늘나라의 가장 높고 영광스러운 자리에 오르게 된다고 믿는다. 성인이 될 수 있는 자격은 순교를 했거나, 그로 인해 적어도 두 차례 이상의 기적이 일어난 사람이다. 절차도 까다롭다. 성인이 될 만한 사람은 처음에 가경자(可敬者)로 부른다. 여러 조사에서 자격을 갖췄다고 판단되면 복자(福者)로 선포된다. 이 중 전 세계 사람이 추앙할 만큼 모범이 되는 사람만 성인으로 추대된다. 천주교 서울대구교에 따르면 세계 성인의 수는 6130명으로 이 중 한국인은 김대건 신부 등 103명이다.
물론 논란의 여지가 있는 성인도 있다. 예컨대 십자군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잃게 만든 프랑스 국왕 루이9세는 종교활동을 모범적으로 했다고 해서 성인이 됐다. 반면 십자군전쟁에서 전투없이협상으로 평화를 이룬 프리드리히2세는 성인이 되지 못했다. 임진왜란 때 왜군의 선봉장이었던 고니시 유키나가도 탄압받는 일본의 가톨릭교도를 보호했다는 이유로 성인의 반열에 올라 있다.
로마가톨릭교회는 북미 인디언추장의 딸로 ‘모호크의 백합’으로 불리는 카테리 테카크위타(1656~1680)를 성인으로 추대했다. 인디언으로서는 처음이다. 그는 심한 수두를 앓아 시력을 잃은 불행한 환경에서 살았다. 마을 전통에 따른 결혼을 거부해 박해를 당했지만 선교사들에게 약속한 대로 순결을 지키며 살았다. 그가 24년이란 짧은 생을 마감한 뒤 시신에서 수두자국이 사라지고, 그의 유골은 치료의 기적을 일으킨 것으로 전해진다. 2006년에 괴사성 박테리아에 감염된 어린아이가 테카크위타의 손목뼈를 만지고 나았다는 소리도 들린다. 신도 수 감소로 고민하던 가톨릭계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지적도 있긴 하다. 이유야 어쨌든 ‘앞을 더듬어 걷는 자’라는 뜻의 테카크위타는 이제 가톨릭 신자들이 세례명으로 쓰는 성스러운 이름이 됐다.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