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H는 11일(현지시간) 본사를 아테네에서 스위스로 옮기고, 아테네증시에서도 자진 상장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상장폐지 후 CCH는 영국 런던증시에 내년 1월 상장할 계획이다. CCH의 시가총액은 57억유로(약 8조1928억원)로 아테네증시 시가총액의 약 22%에 이른다.
CCH는 2000년 그리스의 음료기업 헬레닉과 코카콜라 영국법인이 합병해 만들어졌다. 러시아와 나이지리아 등 28개국에서 음료를 판매하고 있으며 매출의 95%를 그리스 바깥에서 올리고 있다.
CCH가 그리스를 떠나는 이유는 이른바 ‘그리스 디스카운트’를 피하기 위해서다.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이 정크(투자부적격)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CCH도 기업신용 등급과 관련해 불이익을 받아왔다.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도 런던증시가 낫다. 아테네증시는 2007년의 10% 수준으로 거래량이 쪼그라든 데다 지수도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디미트리스 로이스 CCH 최고경영자는 “증시에서 보다 풍부한 자본을 유치하는 것이 본사 이전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다. CCH 관계자들은 그간 “그리스 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걷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2010년 CCH가 ‘사회적 책임 물품소비세’라는 명목으로 2000만유로의 세금을 한번에 낸 것이 단적인 예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해 CCH 순이익의 8%를 앞으로 세금으로 걷을 예정이며 배당과 관련한 소득세 부과도 예고했다. 앞서 그리스의 유제품 대기업 파예도 세금 문제를 이유로 본사를 룩셈부르크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CCH 등이 본사 이전을 통해 절세를 하는 만큼 그리스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런던에 있는 투자회사 이그조틱스의 조지 조이스 그리스팀장은 “그리스 국가시스템과 관련한 아주 부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