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지역 은행들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나설 경우 신흥국들에서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유럽 당국의 위기 해결책이 미진해 은행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하면서 디레버리징 규모가 커짐에 따라 신흥국 자본 유출의 위험도도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일 발표한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유럽 당국의 위기 해결책이 미진하다며 유럽 은행들의 디레버리징 규모가 4월 예측 당시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IMF는 4월 보고서에서 유럽 은행들의 디레버리징 규모를 2조2000억~3조8000억달러로 추정했으나 이번에는 2조3000억~4조5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IMF는 세 가지 시나리오별로 디레버리징 규모를 예상했다. 유로존이 정치적 결단을 통해 시장 신뢰를 점진적으로 회복한다고 가정할 때 디레버리징 규모는 유럽 은행 자산의 7.3% 수준인 2조8000억달러로 추정했다. 추가적 정치 합의 도출이 실패해 유로존 붕괴 우려가 가속화하면 디레버리징 규모가 4조5000억달러(은행 자산 대비 12.0%)로 늘고 유로존 성장률은 1.5~4.0%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책 입안자들의 정책 추진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는 최선의 시나리오에서도 디레버리징 규모는 2조3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IMF는 디레버리징 여파로 신용공급이 줄어 유로존과 세계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에 대해서는 정부 부채가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재정 분야의 신뢰를 잃는다면 기축통화로서 달러화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에는 민간 부문의 차입 수요가 줄어 국내 은행들이 국채를 과다하게 보유했다면서 건전성 규제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IMF는 디레버리징을 위해 유럽 은행들이 자금 회수에 나설 경우 신흥국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국가별 경제 여건에 맞는 정책을 통해 위기 대응 능력을 확충, 자본 유출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