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측은 지난달 26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 전에 의혹을 살 만한 행보를 보인 게 사실이다. 웅진홀딩스가 계열사에 진 빚 530억원을 서둘러 갚고, CP를 발행하고 주식담보대출을 받았으며, 윤 회장 부인 등이 계열사 주식을 미리 판 것 등이 그렇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팬택을 살리려고 보유주식(4000억원 상당)을 내놓고 백의종군한 끝에 20분기(5년) 연속 흑자로 돌려놓은 박병엽 부회장과 대비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만약 윤 회장 측에 도덕적 해이를 넘어 불법이 있었다면 철저히 조사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기업가의 마지막 몸부림을 무조건 매도할 수만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윤 회장은 외판원으로 출발해 재계 서열 31위인 웅진그룹을 일궈냈다. 윤 회장 없는 조건에서의 회생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팬택 역시 박 부회장이 있었기에 살아났다.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30대 그룹 중 절반인 15개가 부도나거나 해체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준재벌급으로 성장한 기업들도 큰 경기변동이 있을 때마다 일제히 정리되는 정해진 코스를 밟아왔다.
지금도 그런 분위기다. 결국 글로벌 경쟁을 이겨낸 대재벌이 아니면 파도가 칠 때마다 모조리 죽을 운명에 처해 있다는 식이다. 산업을 지원하는 금융이 산업의 저승사자나 하이에나 노릇을 하게 된다면 이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채권단이 볼멘소리를 내는 것도 분명 일리가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기업 구조조정 방식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에 새로운 재벌이 나오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지 않은가 말이다.
웅진 사태 역시 최선의 해법은 기업도 살리고 채권단 역시 대출금을 원활히 회수하는 것이지 파국은 아닐 것이다. ‘웅진=윤석금’이란 등식으로 문제를 치환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기업구조조정 규칙은 채권단과 채무자의 힘의 관계를 정하는 문제다. 웅진만의 문제는 아니다.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