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우고 한진중공업 노사가 26일 임단협을 타결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정리해고를 두고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은 한진중공업은 노사관계가 완전 정상화되면서 새출발의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임단협 잠정 타결은 사측과 온건성향의 두번째 노조인 한진중공업노동조합(이하 새 노조·조합원 572명)은 회사 정상화를 위해 노사가 화합하고 노사관계가 안정돼야 회사를 되살릴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사측은 큰 적자 상황에서도 기본급 15% 인상과 생활안전지원금 12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새 노조가 단체협약 일부 개정으로 화답하면서 첫 교섭을 시작한지 20여일 만에 임단협을 잠정 타결지었다.

이번 노사 간 교섭은 새 노조가 기존 노조인 민주노총 금속노조한진중공업 지회(조합원 129명)를 제치고 대표교섭권을 확보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새 노조는 교섭 대표노조가 되자마자 조합원들의 생계 안정을 위해최 우선적으로 임단협 체결에 매진했다.

사측도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노사화합과 안정된 노사관계가 급선무라고 판단, 교섭에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3년 넘게 지지부진했던 임단협이 교섭 20여일 만에타결된 것이다.

사측과 새 노조는 이번 임단협 잠정 타결을 계기로 신규 조선 물량 수주활동에 함께 나서는 등 회사를 살리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한진중공업이 노사화합을 무기로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조선업계에서 새물량을 수주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새 노조 김상욱 위원장은 “임단협 잠정 타결로 조합원들의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 만큼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회사 살리기에 힘을 합쳐 휴직중인 조합원들을 이른 시일 내 일터로 복귀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의 한 관계자는 “임단협 잠정 타결은 회사 정상화를 위해서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기본이라는 판단으로 노사상생을 통해 재도약 기반을 만들자는데 노사가 뜻을 함께 한 데 따른 것”이라며 “전 세계적인 조선시장 침체 속에서 회사 생존의 필수요건인 상생의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한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27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임단협안이 최종 타결되면 지난해 7월 복수노조제시행 이후 부산·경남에서 새 노조가 대표교섭권을 획득한 이후 임단협을 타결한 첫사례가 돼 복수노조체제로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다른 사업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