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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앱 개편 EVENT

이병태 KAIST 경영대학장 "13억명의 스마트폰족, 당신 회사의 '열린 인재'로 활용하라"

[최고경영자 과정 지상중계]

모바일 환경 진화에서 찾는 사업기회

파산위기 금광업체 골드코프…금광 지도 온라인 공개 '대박'
비결은 글로벌 인재 활용
상황 급변 빠르게 포착하는 CEO의 민첩성이 성패 좌우
상품 개발하면 즉시 출시후 소비자와 소통하며 전략짜야
공짜로 유튜브 활용한 싸이…모바일 마케팅 성공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스마트폰들은 기본적으로 포털을 활용하는 PC의 인터넷 사용 환경을 휴대폰에 옮겨담은 형태로 개발됐다. PC의 진화 과정이 스마트폰에서도 똑같이 반복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2008년 출시된 ‘아이폰3G’는 이런 고정관념을 깬 애플리케이션(앱·응용 프로그램) 중심의 운영체제를 도입해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스마트폰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했다.

“2007년 6월 출시된 1세대 아이폰은 이전 스마트폰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때 아이폰 운영체제인 iOS가 해킹당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해커들이 기존 iOS가 쓰기 불편하다고 저용량 앱들을 미리 깔아놓는 방식으로 바꿔버린 겁니다. 스티브 잡스는 여기서 착안해 운영체제를 앱 중심으로 바꿔버리죠. 앱스토어 구축 등 몇 가지 업그레이드를 거친 결과 1년 뒤 출시된 아이폰3G는 세상을 뒤흔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KAIST 경영대학 최고경영자 과정(AIM) 가을학기 첫 강의 ‘모바일 환경 진화에서 찾는 사업 기회와 도전’이 진행된 지난 13일 서울 회기로 KAIST 경영대학 수펙스경영관 강의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장은 “모바일 시대를 연 아이폰은 단순히 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명품이 아니라 기업인의 민첩한 대응이 낳은 경영 전략의 산물”이라며 이같이 강의를 시작했다.

이 학장은 모바일 시대를 개척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는 기업인들이 실행해야 할 혁신을 △경영 전략 △조직 구성 △마케팅 △홍보·고객 응대 등 네 가지 측면으로 나눠 제시했다.

◆‘준비→겨냥→발사’에서 ‘준비→발사→평가’로

“작년에 인도의 IT 대부 나라야나 무르티(인포시스 창업자)를 만났더니 성공의 비결은 ‘세계에서 금리가 가장 낮은 곳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인건비가 가장 싼 곳에 공장을 세운다. 그렇게 만든 제품을 가장 잘 팔리는 시장에서 파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간단한 얘기지만 이 모델을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 기업은 애플밖엔 없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 학장은 ‘경영자의 민첩성’을 그 이유로 제시했다. 수많은 기회가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모바일 시대에 CEO(최고경영자)가 가져야 할 최고 덕목은 ‘민첩하고 유연한 사고’라는 것이다.

“잡스는 시대의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한 덕분에 앱 중심 운영체제로 빠르게 발상을 전환하거나 디자인 외에 모든 부문을 해외로 이전하는 생산 방식을 도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선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실전에 도입하는 민첩성이 빛을 발했죠.”

하지만 기업이 영속성을 갖고 비전을 이뤄내기 위해선 장기적이고 일관된 전략 역시 필요하다. 이 학장은 “쉴새없는 상황 변화에 대응하는 단기 전략과 회사의 비전을 실현하는 장기 전략을 조화시키는 것이 모바일 시대에 활동하는 기업의 성패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삼성과 애플 양자 구도인 스마트폰 시장을 뒤흔들 위험 요소는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입니다. 기능은 60~70% 수준이지만 가격이 10분의 1밖에 안되는 스마트폰이 곧 세계 시장에 쏟아져나올 것입니다. 애플이나 구글은 앱스토어라는 콘텐츠 시장을 잡고 있지만, 삼성은 어떻게 대응할까요. 흥미진진한 변화가 펼쳐질 것입니다.”

장·단기 전략을 조화시키기 위해 경영 패러다임이 ‘준비→겨냥→발사’에서 ‘준비→발사→겨냥’으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격대에서 준비 자세를 갖추는 것이 제품 개발이라면 겨냥은 수요 예측이나 마케팅같은 판매 전략이다.

“예전에는 이 과정을 거쳐 제품을 발사(출시)했죠. 지금은 그렇게 하면 너무 늦습니다. 제품을 개발하면 일단 출시하고 보는 겁니다. 세부적인 전략은 소비자들과 소통하면서 수립하는 것이죠. 모바일 시대는 이런 방식이 필요할 뿐 아니라, 충분히 가능한 환경이기도 합니다.”

◆기업 외부 인적 자원을 활용하라

“모바일 시대의 특징은 지구상 모든 사람을 경영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PC 운영체제인 리눅스는 설계도격인 소스코드를 일반인에게 공개하면서 윈도즈를 상당 부분 대체할 정도로 성장했죠. 이른바 ‘집단 지성’, ‘군중 제작’입니다.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가진 아마추어들이 자신의 노하우를 뽐내기 쉬워졌습니다. 이런 외부 인재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가 기업의 최고인사책임자(CHRO)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고 있습니다.”

캐나다 채광업체 골드코프의 롭 맥이원 CEO는 2000년 도산 위기에 몰리자 회사 기밀인 보유 금광 지도와 지질 정보를 온라인에 공개해버렸다. 총상금 50만달러의 금맥 찾기 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50개국 1000여명의 참가자들이 110개의 채광점을 지목했다. 이중 절반은 회사에서 생각도 하지 않았던 지점이었다. 새 채광점 80% 이상에서 금이 발견됐고, 회사는 30억 달러 규모의 금을 채굴하는 데 성공했다.

“예전같으면 50만달러로 헤드헌터를 통해 새로운 엔지니어를 서너명 추가 고용하는 데 그쳤겠죠. 맥이원은 ‘얘기가 되는 건 전 세계에 퍼진다’는 모바일 시대의 특성을 꿰뚫었던 것입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 13억명을 경영에 참여하도록 하는 ‘열린 인재 활용’을 고민하십시오.”

‘글로벌 조직’ 역시 CHRO들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세계에서 통하는 ‘상품’이 아니라 세계를 아우르는 ‘조직’을 갖추라는 것이 이 원장의 주문이다.

◆마케팅 성패는 SNS에 좌우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 뮤직 비디오는 나온지 50일만에 유튜브 조회수 1억을 달성했다. ‘유튜브가 없었다면 한류가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싸이를 포함한 한국 가수들은 유튜브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병태 학장의 질문. “그런데 싸이는 유튜브에 얼마를 냈을까요.” 강의실이 술렁였다. “유튜브는 무료라고 듣긴 했는데”, “상업적으로 이용하면 돈을 내야하는 것 아닌가”….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검색하는 수강생도 눈에 띈다.

“기업인으로서 이런 홍보 효과가 공짜라는 게 믿어지지 않겠지만, 정답은 무료입니다. 모바일 시대 마케팅의 혁신은 이렇게 SNS를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정보와 생각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네트워크가 존재하는 세상입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하나의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예전같으면 아무도 들어주지 않던 ‘루저’들의 얘기도 일정한 코드만 맞으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킵니다. 월가 정복(아큐파이 월스트리트)이나 ‘나는 꼼수다’가 대표적이죠.”

◆기업의 평판 역시 실시간

2008년 캐나다 가수 데이브 캐롤은 유나이티드항공을 이용하다 수하물로 맡긴 기타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운송 직원들이 기타를 함부로 다루는 것을 본 그는 보상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수하물 손상에 책임지지 않는다’는 약관을 이유로 보상을 거부했다. 캐롤은 자신의 사례를 ‘다소’ 과장해 뮤직비디오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뮤직비디오를 올린지 나흘만에 유나이티드 항공의 주가는 10% 가량 급락했고, 부회장이 직접 캐롤을 찾아가 사과하며 사태가 마무리됐다. 캐롤은 아예 ‘SNS 시대의 고객 응대’를 책으로 펴내고 컨설팅을 하면서 직업으로 삼았다.

“유나이티드항공이 캐롤의 기타를 보상해야 할 법적인 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사례는 SNS의 힘을 보여주는 ‘자랑스러운’ 사례로 확산됐죠. ‘블랙 컨슈머’의 힘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기업은 더이상 계약이나 법으로 보호받는 데 안주해선 안됩니다. 불합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이라 할지라도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성의를 보여야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

이병태 <KAIST 경영대학장>

정리=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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