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박준택 원장(63·사진)이 수천만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골프장과 주점에서 사용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박 원장은 또 자신의 조카딸 등 친인척이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부당하게 채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12일 ‘취약시기 공직기강 점검’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박 원장 등 공직자들에 대한 인사처분을 해당 기관에 요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박 원장은 2009~2012년 주요 연구사업 담당자들에게 지급되는 인센티브를 빼돌려 6475만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그는 법인카드를 쓸 수 없는 골프장이나 술집에서 이 돈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들에게 금품을 강요하기도 했다. 박 원장은 책임연구원 등에게 대외활동비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해 1400만원을 받았다. 또 자신이 개인적으로 이용한 단란주점 외상값을 대납해줄 것을 부하 직원들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B부장 등이 법인카드로 22차례 결제한 단란주점 외상금액은 총 795만원에 이른다.

자신의 친인척을 부당하게 채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박 원장은 2010년 4월 국제협력업무 관련 3년 이상의 경력이 필요한 연구원 자리에 대학을 갓 졸업한 자신의 조카딸을 채용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그 결과 박 원장의 조카딸은 관련 경력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규직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같은해 7월 홍보업무 담당자에는 연구원 감사를 지낸 A씨의 청탁을 받고 A씨의 사위를 채용하도록 했다.

박 원장이 겸직금지 규정을 어기고 KAIST 교수를 겸해 2008~2011년 석ㆍ박사과정 학생지도 명목 등으로 4716만원을 받은 사실도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연구원장의 임면권을 갖고 있는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에게 박 원장을 해임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해 연구원 관계자는 “기초기술연구회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또 제약업체로부터 특정약품을 사용하는 대가로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은 서울시 동부병원, 부산보훈병원, 홍성노인전문병원의 의사들에 대한 징계 등을 요구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