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터, 바퀴, 핸드트럭을 생산하는 삼송캐스터는 미국, 유럽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오히려 수출이 줄었다. 동남아시아, 미국, 유럽연합(EU) 등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었으나 FTA 원산지 증명서를 발급하지 못해 이를 활용하는 경쟁사에 밀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정위기 영향으로 EU 바이어가 값싼 중국 제품을 선호하면서 어려움은 더 커졌다.

삼송캐스터는 중소기업청의 ‘FTA 컨설팅 지원사업’을 통해 관세법인 청솔에서 컨설팅을 받았다. FTA 원산지 판정에 기본이 되는 원료 생산 제품의 품목 분류가 이뤄지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관세사와 함께 제품 특성에 맞게 HS코드별, 원재료 거래 형태별로 그룹화해 원산지 판정 전략을 짰고 관세청에서 주는 품목별 인증 5개를 취득했다. 베트남 시장에서 8%, 미국 시장에서 5.7%, EU 시장에서 2.7%의 관세 혜택을 받음으로써 이 회사의 올해 수출은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매출도 2010년보다 50%가량 급증했다.

한국관세사회는 창립 36주년을 맞아 5일 서울 건설회관에서 세미나를 열고 삼송캐스터 등 숨어 있는 FTA 규정을 찾아내 수출을 늘린 기업의 사례를 공유했다. 김광수 한국관세사회 회장과 김익주 기획재정부 무역협정국내대책본부장, 김두형 한국관세학회장을 비롯해 전국에서 관세사 200여명이 참석했다.

굴삭기 어태치먼트류, 유압브레이커 등을 수출하는 티앤에치코퍼레이션도 이날 우수 컨설팅 사례로 소개됐다. 이 회사는 원가절감을 위해 원재료의 대부분을 중국산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100여개 부품에 대해 원산지 증명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원재료 공급처인 철강 업체와 엔지니어링 업체 등 대기업도 주문 물량이 적고 제품 단가와 기술 유출 등을 이유로 원산지 확인서 발급을 거부했다.

티앤에치코퍼레이션은 관세법인 한림의 도움으로 외국산을 쓰면서도 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특례규정’을 파고들었다. ‘세번(稅番·관세율표상 분류된 상품번호)이 변경되지 않은 역외산 부품의 비율이 일정 비율 이하인 경우 ‘미소 기준’에 따라 국산으로 원산지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특례규정을 활용, 107개 부품 중 가격 비중이 적은 48개 부품에 대해 국내산 인정을 받았다.

FTA 중간재 특례기준을 활용해 국산 부품 비중에 대한 10%의 여유 부가가치율을 얻어내 품목별 원산지 결정 기준을 충족시켰다. 수입 원재료 중 가격 비중이 가장 높은 ‘마운팅브라켓지그’의 구매처를 중국에서 한국으로 바꾸는 등 거래처도 변경했다.

이를 통해 인도에서 원산지 인증 수출자 인증을 받았다. 올 들어 경기 침체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인도 수출은 배 넘게(106%) 증가했다.

고태진 한림 관세사는 “협정에 규정돼 있는 특례기준을 100% 활용해 원산지 인증 수출자를 획득한 사례로 각사의 특성에 맞게 재구성한다면 거의 모든 중소기업에 적용할 수 있다”며 “자재 국산화와 가격 경쟁력 확보를 바이어와 협상 조건으로 활용하고 새로운 해외 시장 개척의 활로가 열리는 등 부가적인 효과도 컸다”고 설명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