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의 발달과 컴퓨터,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편지나 카드를 직접 쓰거나 받는 일은 이제 극히 드문 세상이 됐다. 연말연초에나 좀 남아 있던 송구영신 카드조차 요즘엔 보기 힘들어졌다. 이메일은 물론 온갖 이모티콘으로 치장한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에 그 자리를 내준 결과다. 그러나 노도 같은 IT의 공세에도 아랑곳없이 버티고 있는 우편서비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등기우편이 대표적이다.

등기는 편지나 물건의 발송부터 수신까지 전 과정을 기록해 보다 안전한 송달을 보증하기 위한 제도다. 이메일이나 기타 사이버상 메신저 중에도 수신 확인이 가능한 게 있긴 하다. 하지만 가상공간에서 메시지의 도착을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이 지금까지는 거의 없었다. 등기우편이 아직 명맥을 유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식 등기우편 제도가 시작된 건 1841년 영국에서다. 당시 등기로 보내는 편지나 문서는 커다란 녹색 종이에 담아 수신자가 사는 지역의 우편물 취급소로 보내졌다. 녹색 종이는 일종의 수령증 역할을 해 배달이 끝나면 다시 발송지의 우편물 취급소로 반송됐다. 확실한 배달이라는 등기우편의 핵심 역할을 녹색 종이가 담당했던 셈이다. 녹색 종이는 이후 녹색 실크 리본, 녹색 리넨 테이프를 거쳐 1870년에는 녹색 끈으로 대체됐다. 우편엽서나 규격봉투가 등장하면서 1878년부터는 녹색 끈도 사라지게 된다. 대신 엽서나 봉투 표면에 청색 줄을 격자 모양으로 인쇄해 등기우편임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이 방식은 지금까지도 영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등기우편은 국내에도 꽤 일찍 도입됐다. 1884년 우정총국이 문을 열면서 만든 ‘대조선국 우정규칙’ 4조에 이미 등기우편 요금 규정이 있었던 것을 보면 당시 이미 초보적 서비스가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오랜 전통을 지닌 등기우편이지만 이 역시 IT 바람에 밀려날 날이 그리 머지않은 것 같다. ‘등기이메일’이 곧 등장할 모양이다. 지식경제부는 이메일에서 본인 및 송수신 확인이 보장되는 공인전자주소, 이른바 등기이메일 제도를 빠르면 10월부터 도입한다고 최근 밝혔다. ‘#메일’로도 불리는 공인전자주소는 각종 계약서 통지서 등 주요 문서들을 안전하게 발송하고 보관할 수 있는 제도다.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것으로 관련 특허도 낼 계획이라고 한다.

등기이메일이 대세가 되면 원치 않는 문서를 반송하기도 훨씬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노다 총리의 독도 관련 서한을 반송하려다 일본 외무성의 접수 거부로 애를 먹었던 외교부는 등기이메일 소식에 귀가 쫑긋해질지도 모르겠다. 그렇긴 하지만 자꾸만 없어지는 옛것들을 보며 뭔가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