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영문 홈페이지를 해킹한 고교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1·3·6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난 2월 통합진보당, 지난 3월 여성가족부 홈피 등 올해 발생한 정부기관 홈피 주요 사이버공격의 피의자가 대부분 10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관련 대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지난 6월 기획재정부 영문 홈페이지(english.mosf.go.kr) 초기화면에 ‘청사초롱을 든 쥐’ 그림파일과 ‘MBC파업을 지지합니다’ 문구가 번갈아 보이도록 해킹을 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고등학교 1학년인 김모군(16)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청사초롱을 든 쥐’는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전 대학강사 박모씨가 G20포스터에 그렸다가 지난해 5월 1심에서 벌금 200만원형을 선고받은 그림이다. 경찰 조사결과 평소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던 김군은 지난 6월 ‘인천공항 일부 지분 매각’ 관련 기사를 본 뒤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 홈피를 해킹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공공기관 민영화, 언론노조 파업 등 관련 정책에 대해 반대 여론이 있는데도 정부가 이를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만 강행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정부에 대한 반감을 표현하고 인천공항 매각과 MBC 파업 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려고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사건 직후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달 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서 김군을 검거했으나 추가 범행이 드러나자 관련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군은 “정부가 언론을 과도하게 통제한다”며 KBS·MBC 산하 방송콘텐츠판매사 홈페이지 2곳도 지난 2월과 지난 5월 각각 해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과정에 김군이 지난 1월 MBC 노조의 파업에 대한 사측의 대응이 부당하다고 판단, MBC 내부망인 인트라넷에 부정접속해 메인 홈페이지 문구를 변조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풀려난 점도 확인됐다. 경찰은 당시 김군이 중학교 졸업 전이라는 점을 고려,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지만 김군은 또 다시 범행을 저질렀던 것.

경찰은 김군의 통화내역, 이메일, 인터넷 접속기록 등을 면밀히 수사했으나 공범 및 배후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나머지 해킹 건도 초보적인 수준의 해킹이었다”며 “기획재정부 홈피의 경우 홈피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 홈피에 접속하는 크롬·사파리 등 다양한 브라우저 접속 과정에서 보안이 취약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향후 정부 부처와 협조해 홈페이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통신망에 대해 침해 행위 뿐 아니라 침입을 시도한 행위도 적극 수사할 계획이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