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연기금 펀드의 투자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 보도했다.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대개의 국부펀드와 달리 위험자산에 적극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FT에 따르면 노르웨이 연기금은 2007년만 해도 주식 비중이 자산의 40% 수준이었다. 연기금은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연간 23%의 손실을 입었다. 당시 손실 이유를 분석해보니 선진국 중심의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소극적인 전략이 원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따라 노르웨이 정부는 그동안 금지해왔던 연기금의 신흥국 주식 투자를 2008년 허용했다.

또 투자 대상 국가를 정할 때 기준을 국가부채가 아닌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변경했다. 빚이 많아도 경제 규모가 크면 투자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주식과 채권 비중도 4 대 6에서 6 대 4로 바꿨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세계가 경제위기에 휩싸였을 때 투자전략을 오히려 공격적으로 바꾼 셈이다. 펀드는 2009년 손실을 전부 만회했다. 팔 하우그러드 노르웨이 재정부 자산운용대표는 “장기 투자자라는 국부펀드의 특성상 시장이 위기에 빠졌을 때가 투자 적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국부펀드들은 사모펀드나 헤지펀드 등을 통해 주식에 간접투자하는 것과 달리 노르웨이 연기금은 주식을 직접 사들인다. 위험부담을 펀드 운용사에 넘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적극적인 투자자로 분류된다.

윤리적 투자도 노르웨이 연기금의 특징이다. 경영권을 흔들지 않기 위해 한 회사 지분을 10% 이상 사들이지 않는다. 월마트같이 노동자 대우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이런 방침은 대중의 지지를 얻게 해줘 국회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투자 전략을 짤 수 있게 해준다는 설명이다.

노르웨이 연기금의 자산 규모는 약 6000억달러다. 1996년 3억달러로 시작해 15년 만에 규모가 2000배 가까이 커졌다. 아랍에미리트의 국부펀드 아부다비투자청과 자산 규모 세계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FT는 “노르웨이 연기금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국부펀드로 꼽힌다”며 “다른 국가들에도 노르웨이의 투자 방법이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