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후각의 특징을 가장 잘 활용한 분야는 향기 마케팅이다. 향기 마케팅의 요체는 매장이나 제품에서 고객들의 좋은 기억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냄새가 나도록 해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백화점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는 향긋한 냄새가 대표적이다. 주로 1층에 화장품과 향수 매장이 몰려 있어 자연스럽게 나는 냄새라는데 백화점 특유의 고급스럽고 깔끔한 분위기, 즐거웠던 쇼핑의 기억 등 긍정적 생각과 기분을 떠올리게 만든다. 고객들이 오랜 시간 매장 내 머물도록 하는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 없다.
향기 마케팅 적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남성의류 가게의 머스크향, 여성 속옷 매장의 짙은 향수 냄새, 유아용품점의 파우더향, 원목가구 매장의 소나무향 등은 모두 지갑을 보다 쉽게 열게 만든다. 음식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커피전문점의 짙은 커피향, 베이커리에서 나는 빵 굽는 냄새, 과일매장의 달콤한 과일향, 숯불갈비집의 고기굽는 냄새 등은 고객의 미각을 자극하는 데 더 없이 효과적이다. 배스킨라빈스의 경우 초콜릿향과 페퍼민트 향을 매장에 뿌렸더니 매출이 40%가량 늘었다고 한다.
향기 마케팅 대상은 매장 중심에서 최근엔 개별 제품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심지어 IT 제품에까지 그 영역이 넓어졌다. 삼성전자가 향기나는 스마트폰을 개발, 미국에 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본체에 향수를 저장, 공급하는 장치를 넣고 단말기 충전을 시작하면 향수가 흡수물질로 전달되는 원리다. 사용자 목소리의 높낮이나 연인의 이름 등 특정 소리에 따라 향이 분사된다. 과거 향기나는 컴퓨터가 반짝 등장한 적은 있지만 스마트폰은 처음이다. 삼성은 향기나는 TV도 개발 중이라는데 수영 경기가 방영되면 소독약 냄새를, 골프 경기가 중계되면 잔디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향기나는 옷이나 액세서리는 물론 사람 몸에 이식하는 향수 전자칩이 등장하지 말란 법도 없다. 어쩌면 향수가 사라질 날도 그리 머지 않은 것 같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