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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AI 한경앨리스 ALICE

불확실성의 시대 '반짝이는 기지'가 승패 가른다

Let's master 스캣경영 (1)

열악한 기업환경서 혁신 창조
인도 출신 CEO들처럼 혼돈의 세계경제 대응할 빠른 판단·창의력 '스캣' 필요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세계로 번지는 가운데 인도 출신 기업인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씨티그룹 CEO 비크람 판디트, 구글의 니케시 아로라, 펩시코의 여성 CEO 인드라 누이, 인도 타타그룹의 라탄 타타 등의 활약상이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에서 ‘인도의 최대 수출품은 CEO’라고 할 정도다.

왜 지금 이 시기에 인도 출신 기업인들이 주목받고 있을까. 인도 출신 기업인들은 유창한 영어에 다민족, 다종교 국가 특유의 문화적 포용력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들은 예기치 못한 위기상황에서 신속한 대응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왔기 때문이다. 인도 출신 기업인들은 인도의 열악한 기업환경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인도 사람들은 자동차가 필요할 때 돈이 없어도 포기하지 않는다. 주변에 굴러다니는 재료를 끌어모아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수제품 차를 만든다. 낡은 지프에서 차체를 떼어내 나무판자로 짐칸을 만들고 지붕을 씌우는 식이다. 인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엉성한 차를 ‘주가드(Jugaad)’라고 부른다.

인도 타타그룹이 만든 초저가 자동차 ‘타타 나노’는 주가드의 시장버전이다. 2009년 출시된 타타 나노는 업계의 통념을 깬 단돈 2400달러짜리 차다. 인도 저소득층의 구매력에 맞춰 파워핸들, 에어컨 심지어 라디오까지 빼고 부품 대다수를 플라스틱으로 대체해 볼트 대신 접착제로 조립했다.

타타 나노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출시 전 100만대가 예약판매됐고, 2010년 미국 최고 혁신상인 에디슨 어워드를 받았다. 주가드는 이제 인도 기업의 경영철학을 상징하는 용어로 쓰인다. 인도 기업이 값싼 제품을 소비자에게 신속하게 공급하는 방식을 ‘주가드 경영’이라고 하고,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고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방식‘이란 뜻으로 확장해 쓰이기도 한다.

#예측불가능 미래를 이기는 힘

스캣(scat)은 주가드의 의미를 넘어 기업 활동을 포함한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서 수시로 맞닥뜨리는 ‘예상치 못한 긴박한 상황에서 대응방법의 수립과 실행이 동시에 이뤄지는 창의적인 행동’을 의미한다. 최근 인도 기업인들의 경영철학인 주가드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 받는 현상은 우리에게 이제 스캣의 시간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시그널이다.

지난 2분기 중국 경제의 바오바(保八·8% 성장률 유지)까지 붕괴시킨 유럽발(發) 재정위기의 여파로 세계적으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요즈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넋을 놓고 한숨만 쉬고 있는 기업인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수석대변인을 지냈고, 똑똑하기로 소문난 미래학자 대니얼 핑크는 금융위기의 요인과 의미를 특유의 명쾌한 논리로 설명한다.

“이번 위기로 세계가 얼마나 꽁꽁 묶여 있는지 알게 됐다. 10년 전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계획은 완전히 난센스다. 완벽한 쓰레기다. 그대로 될 리가 없다. 세상은 복잡하고 너무 빨리 변해서 절대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

#흔들리는 계획 패러다임

대니얼 핑크의 말이 다소 과격하게 들리지만, 현재 세계가 겪고 있는 격동적인 변화양상의 핵심을 찌르고 있다. 계획이란 작업은 기획과 실행의 시간적 괴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미래 예측의 정확성에 따라 존재의 이유가 결정된다. 이에 관해 헨리 민츠버그 교수는 “이젠 중․장기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도록 경영자들을 독려하는 것보다, 시시각각 변하는 경기상황에 보다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나 유럽 재정위기는 그저 빙산의 일각일 뿐. 격심한 변동이 일상화된 ‘영원한 격동의 시대’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벌써 여러 번 터졌다.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열어젖히고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를 선도한 스티브 잡스의 통찰력은 휴대전화 세계 1위업체였던 노키아를 순식간에 초토화시켜 버렸다. 구글TV와 애플TV가 선도하는 스마트TV는 세계 디지털가전시장은 물론 지상파와 케이블방송의 지형도까지 바꿀 기세다.

변화의 동인이 주로 동일업종 경쟁자로부터 비롯되던 과거와는 달리 이젠 좌우 전후방 어디에서 튈지 모른다.
전체를 순식간에 바꿔버리는 격동의 시대가 어느덧 우리 옆에 와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눈 앞의 질풍과 노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 마음의 혁명을 촉발시키고 이끌어 갈 혁명의 이데올로기는 과연 무엇일까.

<그림>은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벌어지는 일들의 예측가능성과 그 일의 중요성에 따라 분류한 것이다. 먼저 ‘일과’는 시간 맞춰 밥 먹고 출근해서 전날의 생산실적을 공장장에게 보고하는 일처럼 매일 해야만 하는 정해진 것들이다. 내일 일어날 일을 대개는 미리 알 수 있고, 상대적으로 매우 중대한 문제는 아닌 일들을 말한다.

‘일상적 문제’는 가게에 찾아와 구매한 제품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불량품이 발생한 생산라인을 정지시키고 다시 복구하는 등 미리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일상적으로 늘 있을 수 있는 번거롭고 불편한 수준의 일들이다. ‘일상적 문제’는 신속하고 효과적인 해결을 요구하지만, ‘일과’와 마찬가지로 개인이나 조직에 매우 중대한 문제는 아니다.

‘계획된 과제’는 기업에서 생산라인 증설과 같이 개인이나 조직에 매우 중대한 일이지만, 신중하게 검토해 수립된 계획에 따라 분명한 로드맵을 가지고 추진하는 일들을 말한다. 4대강 유역 종합개발사업이나 신성장동력 육성사업 같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거대사업들은 조직차원의 계획된 과제에 속한다. 이런 일들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시점마다 정해진 세부과제들을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곧 스캣

마지막으로, ‘비상’은 예기치 못한 주가폭락 같은 일들을 말한다. 오랜 기간 품질과 신뢰의 이미지로 발전을 거듭해온 도요타는 2010년 1월, 세계 도처에서 벌어진 리콜사태를 전혀 예측할 수 없었거나 다소 불길한 예감이 들었더라도 이렇게까지 비화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비상’은 개인이나 기업, 국가가 예측하지 못한 매우 중대한 문제들이다. 물론 ‘일상적 문제’와 ‘비상’은 위의 사례들처럼 골칫거리나 재난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로또 당첨이나 예상하지 못했던 유가 인하처럼 소위 뜻하지 않은 호재들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악재든 호재든 개인이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신속하면서 효과적인 대응이 반드시 필요한 일들이다.

경험에 비추어 꼭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일과’나 ‘계획된 과제’처럼 예측가능성이 높은 일도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서는 스캣이라는 요소가 반드시 들어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일상적 문제’와 ‘비상’은 그 자체가 우리에게 스캣을 요구하는 것이니 더 말할 것이 없다. 다만 ‘일과’나 ‘계획된 과제’보다는 ‘일상적 문제’와 ‘비상’이 의사결정의 비중에서 스캣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우리의 삶이 곧 스캣이란 말도 그다지 틀린 것은 아니다.

2009년 1월, 필자의 연구팀이 기업 현장에서 조사했던 사례를 살펴보자. 당시 난데없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거의 모든 국내 기업들이 출구를 알 수 없는 불황을 힘겹게 견디고 있을 무렵이었다. 해외영업을 하는 107개 기업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상황 변화에 따른 의사결정 방법을 조사한 결과, 90%의 기업들이 사전에 설정된 계획을 변경하거나 아예 폐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85.9%에 달하는 조사대상 기업들은 ‘상황에 따라 필요하면 즉석에서 생각한 방법을 실행한다’고 응답했다.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는 최고경영자들에게 이처럼 스캣은 이미 일상적인 일이 된 것이다.

‘스캣’은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한 공격무기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스캣은 예상하지 못했던, 시간적으로 긴박한 상황에서 대응방법의 수립과 실행이 동시에 이뤄지는 창의적인 행동이다.
스캣은 알 수 없는 미래를 적극적으로 맞닥뜨리는 인간의 힘이다.

권업 <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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