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藻類·algae)는 플랑크톤과 물속 식물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몇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인 플랑크톤부터 수십m짜리 다시마까지 다양하다. 플랑크톤은 ‘방랑하다’는 뜻의 그리스어 ‘planktos’에서 유래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부유성 미세조류(microalgae)를 가리킨다.
조류는 엽록소(클로로필)를 갖고 있어 광합성을 하며, 보조 색소에 따라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 등으로 분류된다. 특히 녹조류는 바다 민물 공기 토양 등 서식지가 광범위하다. 집안 어항이 햇볕을 오래 쬐면 녹색 물이끼가 끼는 것도 녹조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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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는 그 종류만큼이나 다양하고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현미경으로 보면 보석처럼 아름다워 ‘바다의 보석’으로도 불린다. 무엇보다 광합성을 통해 지구 산소의 70%를 공급하니 조류가 없으면 지구는 죽은 별이 될 것이다. 조류 추출물은 약품 화장품의 필수 원료다. 미세조류 중 클로렐라와 스피룰리나는 건강식품이자 우주인의 식량으로도 개발됐다. 더구나 플랑크톤에서 바이오연료를 추출하는 기술까지 개발돼 석유를 대신할 잠재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이렇게 유용한 조류가 가끔 과하게 늘어나 문제를 일으킨다. 강 호수의 녹조(綠藻)나 바다의 적조(赤藻)가 그것이다. 수온이 올라가면 오염물질에 의해 물이 부(富)영양화해 조류가 빠르게 증식하는 것이다. 물에서 악취가 나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다. 주로 무더위와 가뭄, 수질오염이 주원인이다. 고인 물에 흔한 해캄이 영어로 ‘pond scum’인데 학생들 속어로 ‘기분 나쁜 놈, 쓸모없는 놈’인 것도 이런 연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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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강 낙동강 일대에 녹조현상으로 상수원 오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인을 놓고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으로 유속이 느려진 탓이라고 주장하고 인터넷에선 ‘녹조 괴담’까지 돈다. 반면 정부는 폭염에다 7월 하순 이후 강수량이 평년의 5%에 불과한 게 원인이라고 해명했다.
사실 낙동강은 거의 해마다 녹조가 발생했고, 한강도 2000년 이래 6차례나 조류주의보가 내려진 것을 감안하면 4대강 탓이란 주장은 억지스럽다. 가뭄도, 홍수도, 녹조도 모두 4대강 탓이라고 하니 환경을 빙자한 정치투쟁이란 지적이 나올 수밖에.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