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들이 내심 기대했던 21세기의 암울한 미래는 결코 찾아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예측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세계 인구가 연 2.1%씩 증가하는 데 반해 식량 생산은 인구증가율을 결코 따라잡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생산이 증가하면서 자본재가 고갈되는 속도가 성장속도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류는 특히 수자원 부족에 허덕일 것이라고도 했다. 환경오염이 2000년이 되면 두 배로 되고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존층의 붕괴를 경고한 것도 물론 이들이다. 금과 주석, 니켈, 수은, 천연가스, 석유 등 19가지 자원이 2010년께 완전히 고갈된다고 예측했다. 지구는 종국적으로 21세기 중반 들어 붕괴될 것이라는 암울한 주장이었던 것이다.
물론 지구 인구가 늘어나긴 했다. UN 추계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이미 70억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의료기술의 발전과 식량사정 개선으로 평균수명이 길어졌고 사망률은 줄어들었다. 인구증가율도 2009년 이후부턴 줄어들고 있다. 로마클럽이 그토록 걱정하던 기아인구도 당시의 35%에서 16%로 크게 줄어들었다. 식량이 40년 동안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수자원 사정도 개선되었다. 문제의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도 그렇다. 주석이나 니켈 크로뮴 등 자원 생산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건전지의 과다 소비로 10년도 지나지 않아 고갈될 것이라는 수은은 생산량이 늘었다. 수은건전지 대신 지금은 알칼라인 망간 건전지를 쓰는 인류다. 부존량이 22년 분량만 있어 2000년이면 고갈된다던 석유는 1950년 당시 매장량보다 20배나 늘어났다. 과학발전의 결과였던 것이다. 인류는 셰일가스 등의 발굴로 또 다른 에너지원을 찾았으며 새로운 에너지혁명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오존층 논란도 사라졌다.
이들이 간과한 것은 인간의 지혜와 의지였다. 하나의 자원이 사라지기도 전에 더 좋은 자원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인간이다. 줄리언 사이먼은 인간만이 근본자원이라고 썼다. 로마클럽은 2000년대 들어 녹색 경제를 떠들어댔다. 지금은 그 중 일부가 남아 블루 이코노미를 주장한다. 환경 장사꾼이요 자연 정령주의에 빠진 그들이다. 생각의 오류가 얼마만큼이나 큰 구체적 피해를 초래하고 있는지를 반성케 하는 로마클럽 보고서다. 한국의 좌파들은 아직도 시대착오적 로마클럽보고서를 끼고 산다. 사이비 종말론은 그렇게 한국에서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