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교생 6명으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이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제53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중국을 제치고 대망의 종합 1위에 올랐다고 한다.

이런 기쁜 소식을 접하면서 늘 의문인 점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IQ가 높고 수학도 잘하는데 왜 기초과학의 기반은 튼튼하지 못한가, 왜 노벨 과학상을 하나도 받지 못하느냐 하는 것이다.

자녀에 대한 높은 교육열은 한국인과 유대인이 자주 비교되곤 한다. 유대인의 수는 세계 70억명 인구의 0.2%인 1400만명 정도이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유대인을 합쳐도 0.3%를 밑돈다고 한다. 그런데 유대인이 전체 노벨상의 약 21%를 휩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이 궁금해 늘 침대 머리맡에 유대인의 지혜를 담은 《탈무드》를 두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펼쳐본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유대인의 오랜 교육 전통이다. 예루살렘이 로마군에 의해 불타고 신전이 파괴될 때 유대인들은 학교와 많은 학자 및 책이 있는 작은 마을 야브네만은 지켜냈다.

유대인은 아무리 가난해도 마지막 돈으로 책을 산다는 말이 있다. 자손에게 칼을 물려준 로마는 멸망했으나 책을 통해 지식을 물려받은 유대인들은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칼보다 강한 교육의 힘으로 자란 유대인 중에는 프로이트, 칼 마르크스, 아인슈타인 등 인류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인사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거명하기조차 어렵다.

유대인이 미국 전체 인구의 1.7%가량에 불과하지만 명문 하버드대 학생의 약 30%, 예일대 학생의 약 25%를 차지하고, 다른 아이비리그도 거의 비슷해 그 졸업생들이 각 분야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대인의 독특한 문화와 교육 방식은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하는 것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자녀가 ‘남보다 뛰어나도록’ 교육하지만 유대인은 ‘남과 다르게’ 생각하도록 교육한다고 한다. 창의력과 상상력을 중시하고, 항상 질문하도록 하며 대답은 평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답을 가르치는 주입식 교육은 한계를 노출한다. 지나친 속성 교육보다 더디지만 기초를 단단히 다지는 교육이 필요하다. 필자가 젊은 검사 시절 독일에서 유학할 때 아들이 독일 초등학교 1학년을 다녔는데 학교에서는 100자리 숫자 이상의 개념을 가르치지 않고 그 안에서 숫자의 의미에 대한 철저한 반복 교육을 시켰다. 그런데 2학년 때 한국에 돌아와 보니 이곳 동급생들은 무조건 구구단을 외고 곱셈, 나눗셈까지 하고 있었다.

유대인이나 독일인이 노벨상을 많이 받는 까닭에 이런 창의적 기초 교육이 중요한 몫을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도 수학과 과학에서 흥미를 유발하고 기초적 원리와 참신한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창의 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영재들이 부디 쑥쑥 자라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까지 차지하고, 이를 밑거름으로 많은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오는 그날이 기다려진다.

김진환 <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 zhkim@hmplaw.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