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에 살고 있는 안모씨(75·여)는 서울에 있는 아들 내외와 떨어져 혼자 살고 있다. 평생 자식 뒷바라지를 해온 터라 갖고 있는 재산이라곤 달랑 집 한 채뿐이다. 개인연금 소득 40만원과 아들이 매달 보내주는 용돈 30만원이 있지만 생활비를 대기에는 늘 빠듯했다. 안씨는 결국 지난 5월 주택연금(역모기지론)에 가입했다. 2억8750만원짜리 주택을 담보로 종신지급 정액형 연금상품을 선택했다. 이후 매달 112만원을 받게 되면서 한숨을 돌렸다.

안씨처럼 늦게라도 안정적 노후 준비를 위해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집값이 앞으로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퇴 이후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이른바 ‘3층 노후보장체계’를 마련하지 못한 노인들이 주택연금을 통해 스스로 안정적 노후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의 은퇴가 본격화하고 고령화 추세 속도가 빨라지면서 앞으로 주택연금이 은퇴자들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금융공사가 주택연금 출시 5주년을 맞아 가입자 현황을 분석해 24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월 평균 연금 수령액은 103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60세 이상 도시가구 평균 근로소득(130만원)의 80% 수준이다.

가입자 수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달 현재(11일 기준) 주택연금 가입자는 총 9733명으로 다음달 중 1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가입 요건이 최근 기존 ‘주택소유자와 상관없이 본인과 배우자 모두 만 60세 이상’에서 ‘주택소유자 60세 이상’으로 바뀔 예정인데다 의료비·생활자금 등으로 쓰기 위해 담보금액의 일부를 헐어 쓸 수 있는 ‘일시인출금’ 한도가 총액의 30%에서 50%(최대 2억5000만원)로 늘어나면서 가입자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공사는 보고 있다.

가입자의 평균 연령은 73세로 조사됐다. 70~74세 가입자가 28.6%로 가장 많았고 75~79세 22.6%, 65~69세 21.4% 등의 순이다. 특히 60~64세 가입 비중이 작년 말 10.0%에서 올 들어 14.5%로 크게 늘어났다. 박승창 공사 주택연금부장은 “은퇴와 동시에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하려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입자 가족 구성을 보면 부부 59.4%, 독신남 7.7%, 독신녀 32.9%로 나타났다. 가입자들이 담보로 내놓은 주택의 평균 가격은 2억7800만원으로 집계됐다.

■ 주택연금

60세 이상의 주택소유자가 주택을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노후 생활자금을 연금 형식으로 대출받는 제도.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고 부부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는다. 대상은 시가 9억원 이하 주택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