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집중했던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연설은 3차 양적완화(QE3)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끝났다. 다만 미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밝혀 경기 부양 기대감을 유지시켰다.

18일 국내증시는 뚜렷한 방향을 형성하지 못하고 좁은 박스권에서 횡보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실망 매물도 나오지 않고 있다. 대부분 증시 전문가들은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어 시장의 기대감은 유지될 것이란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벤 버냉키 의장은 17일(현지시간) 미 상원 은행위원회의에 출석, 3차 양적완화(QE3)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두 가지 긍정적인 신호를 제시했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의 실업률이 좌절감을 느낄 정도로 천천히(frustratingly slow)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용시장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 미 국채와 모기지담보증권(MBS) 매입, 재할인 창구 활용, 커뮤니케이션 강화, 1조6000억달러에 이르는 시중은행의 초과 지준금리 인하 등 사용 가능한 옵션을 공개하며 추가조치 방안을 일부 공개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실업률이 8.2%에서 계속 낮아지지 않을 경우 추가 금융완화조치를 추진할 가능성을 어느정도 시사한 것"이라며 "미 연준 의장의 경기평가를 보면 추가 양적완화 조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미 연준으로서는 QE3에 대한 기대를 남김으로써 경제주체의 불안심리를 완화시키고 경제 성장의 하방경직성을 확보하는 게 최선일 수 있다"며 "올 하반기 미국 경제에 연준의 추가 금융완화조치라는 버팀목은 계속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오동석 이트레이드증권 책임연구원도 "이날 하원에서의 발언까지 들어봐야겠지만 버냉키의 '부양본능'은 여전한 것 같다"며 "시장은 또 한번 '신의 한 수'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내달 초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잭슨홀 미팅까지 기대감은 이어질 것이란 진단이다. 'QE3' 시행 여부보다 시기와 방법, 규모 등이 더 중요하지만 글로벌 정책 공조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모습이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전날 양적완화 정책과 관련된 버냉키 의장의 언급에 대한 루머만으로도 장중 크게 출렁거리는 모습을 보였다"며 "QE3 시행여부와 관계없이 그 기대만으로도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곽 연구원은 "다만 지수는 기술적으로도 일주일 정도 방향을 탐색하다 이후 방향을 설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일단 기업들의 2분기 실적발표 결과에 관심을 갖고 매매 기회를 엿보는 전략이 낫다"고 추천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