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아시아 기업의 회사채 발행 규모가 크게 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의 장기화에 대비해 자금을 비축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각국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으로 이자 부담이 줄어든 것도 회사채 발행이 증가한 요인이다.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지난달 중순부터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 잇따르고 있다. 유럽 위기에 대한 우려가 잠시 누그러진 틈을 노려 자금을 확보하자는 계산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저금리 정책 유지 의사를 밝힌 것도 회사채 발행을 부추겼다.

사무·의료용품 제조기업인 3M은 지난달 12억5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예상보다 투자 수요가 많아 당초 10억달러로 잡았던 발행 규모를 키웠다. 3M이 발행한 회사채는 5년물과 10년물 두 가지. 5년물 금리는 연 1.0%로 올해 미국에서 발행된 주요 기업의 회사채 가운데 가장 낮았다. 10년물도 연 2.0%로 창사 이래 최저 금리였다.

건설 중장비업체 캐터필러는 만기 3~10년짜리 회사채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어치를 발행했고, 웰스파고은행은 27억5000만달러(약 3조1000억원)를 조달했다. 이 밖에 통신업체 AT&T(20억달러)와 컴퓨터 보안업체 시만텍(10억달러), 할인매장 체인인 타깃(15억달러) 등도 회사채를 찍어 대규모 자금을 확보했다.

아시아 지역 기업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올 상반기 회사채 발행액은 총 4550억달러(약 520조원)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9% 증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기 전에 기업들이 서둘러 자금을 확보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