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가계대출 부실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며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주택금융공사 출자는 이미 주택금융공사법에 따라 2004년 설립 당시 출자에 이은 추가 출자이고, 은행에 저리 자금 지원도 한은법상 포괄적으로 대출할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2005년 생계형 신용불량자 구제용으로 760억원을 캠코에 우회 대출한 선례도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한은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 편법이자, 과거 잘못된 입법이나 선례를 근거로 더 나쁜 관행을 만드는 것일 뿐이다.
사실 정부가 재정이 부족하거나 정책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넘보는 습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89년 12·12 투신사 무제한 주식매입 조치, 1999년 외환은행 증자, 2005년 신불자 구제 등에도 한은의 발권력을 우회 동원했다. 한은은 국가경제를 위한 거시적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도모하는 곳이지, 특정 계층·집단을 위해 정책을 펴는 곳이 아니다. 한은에 발권력과 함께 독립성을 부여한 이유다.
저신용·저소득층 대책이라면 개인회생절차 등을 통해 처리할 사안이다. 재원이 필요하면 정부 재정으로 감당해야 마땅하다. 가계부채 문제는 한은이 나서지 않으면 당장 금융위기를 초래할 긴급 사안도 아니다. 더구나 수조원씩 이익을 내는 은행들에 싼 이자로 서민금융 하라고 한은이 돈을 찍어 지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은행연합회가 하면 될 일을 왜 한은이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