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이 넘은 식탁과 옷장을 그대로 쓰고 친구들에게 얻은 옷을 수선해 입는 자린고비 기업인 부부가 1억5000만원을 지역사회에 쾌척해 감동을 주고 있다.

공익단체인 부천희망재단은 21일 “경기도 부천에 있는 감리전문업체인 글로벌21의 정인조 대표(60·사진)가 최근 공익활동에 써달라며 1억5000만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지난해 발족한 부천희망재단의 발기인으로 1년간 상근직원 인건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마흔을 넘기면서 사회로부터 받은 것을 내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20년이나 걸렸네요. 머리 속의 생각이 발을 움직이기까지 오래 걸렸죠. 소문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왕 알려졌으니 저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1979년 약사인 부인 조우진 씨(59)와 결혼한 정 대표는 아직도 신혼 때 쓰던 가구를 그대로 쓰고 있다. “저도 좀 구두쇠지만, 아내는 더해요. 1회용 비닐봉지, 편지봉투 하나도 서너 번씩 씁니다. 이제는 좀 먹고 살만한 데도 옷을 수선해 입을 정도니까요.”

이렇게 해서 한푼두푼 모은 돈을 한 번에 지역사회에 기부한 정 대표. 그의 ‘따뜻한 마음’은 일상생활에도 녹아있다. 간혹 결혼식 주례 요청이 들어오면 신랑·신부를 앉혀놓고 2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1년에 한 번 주례에게 밥을 사고 급여의 1%는 반드시 기부한다는 약속이다. “얼마나 이혼하는 부부들이 많습니까. 기왕에 주례 부탁을 받은 이상 그들의 멘토가 돼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1% 기부’는 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알게 해주고 싶어서고요.”

오는 7월12일 회갑을 맞는 정 대표는 “나이 예순에 좀 이르긴 하지만, 유언을 미리 만들어두려고 합니다. 많지 않은 재산이지만 정리해서 사회에 환원한다는 내용을 담아서요. 이제 서른을 넘긴 두 딸도 아버지의 뜻을 이해해주니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김범용 부천희망재단 상임이사는 “앞으로 지역의 기업이나 개인이 부천희망재단에 기부하면 기부자의 이름을 붙인 기금을 조성할 것”이라며 “시민이 직접 기부한 이런 기금 100개가 만들어진다면 부천은 더욱 따뜻한 도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인조 풀뿌리 시민응원기금’으로 이름 붙여진 정 대표의 기부금은 부천지역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비영리 활동가 지원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