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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상법' 시행 2개월…재계 "계열사 거래 이사회 승인대상 줄여달라"

재계·법무부 간담회

거래 있을 때마다 3분의 2 이상 동의 불가능…비현실적 조항 많아
“계열사 간 거래가 있을 때마다 이사회를 열어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는 건 불가능합니다.”(대기업 법무실장)

“정형화된 거래라면 이사회에서 승인받지 않아도 됩니다.”(법무부)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18일 서울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법무부와 대기업 법무실장 간담회. 지난 4월15일 시행에 들어간 개정 상법에 대해 기업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듣기 위해 마련했다.

○“이사회 승인 범위 혼란”

기업 법무실장들은 이사회 승인 사항이 대폭 늘어난 점을 대표적 개악 사례로 꼽았다.

이들은 법무부에 서면으로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개정 상법 때문에 이사회 승인대상이 급증해 기업 부담이 크다”며 이사회 승인 대상을 줄여줄 것을 건의했다. 이전 상법에서는 이사회 동의를 얻어야 할 ‘자기거래’ 대상에 이사가 주주로 있는 회사로 한정했지만 개정 상법은 이사 외에도 주요 주주, 이들의 직계 존비속 등과 연관이 있는 회사로 확대했다. 이사회 통과 조건도 ‘과반수 참석 및 과반수 동의’에서 ‘재적 이사의 3분의 2 이상 동의’로 강화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거래가 있을 때마다 거래 상대 기업의 주주 관계를 따지고 이사 및 주요 주주의 특수 관계인들을 살펴봐야 했다. 의사 결정 과정이 늦어지면서 기업 경영의 효율성이 떨어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윤상 법무부 상사법무과장은 “모든 거래를 개별적으로 이사회에서 승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복되는 동종 거래가 있으면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포괄적으로 이사회에서 승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법무실장들은 계열사 간 소액거래도 자기거래에 포함돼 이사회 승인 대상이 되는지 궁금해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계열사가 아닌 다른 기업과 동등한 조건으로 하는 거래는 이해충돌 염려가 없어 주주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며 “빈번한 소액거래는 유형화해 각각의 거래기준을 이사회에서 승인을 얻는 게 효율적”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국회의원들에게 불법적으로 소액 후원금을 낸 것처럼 소액거래로 쪼개 이사회 승인을 피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못박았다.

○사업기회 유용금지 조항도 애매

개정 상법은 일감 몰아주기를 차단하기 위해 ‘회사의 사업기회 유용금지’ 조항을 신설했다.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회사 정보나 사업기회를 본인이나 오너 일가에 유리하게 쓰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기업들은 이 조항과 관련해 사내이사뿐 아니라 사외이사들도 이 조항을 적용받는지를 물었다. 사업기회 유용으로 주주들이나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면 이사의 손해배상책임 범위와 시효가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해했다. 법무부는 “사외이사도 등기이사이므로 당연히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소멸시효에 대해서는 “상법상 다른 조항(399조, 401조)을 준용해 손해 범위를 정하고 시효도 10년으로 봐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기업들은 상법 개정으로 대규모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진 점을 우려했다. 한 대기업 법무담당 임원은 “계열사 간 거래와 사업기회 유용 범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며 “법무부도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얘기하는 부분이 있을 정도여서 소송 대상이 될 부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은 개정 상법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인설/장성호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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