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진입한 카쉐어링 서비스, 2~3년 내 한국 정착
"수익성 낮지만 조용하고 빠르게 한국 대중 교통 수단으로 자리 잡는다"

'카쉐어링' 단어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상륙했다.

카쉐어링 서비스란 아무 때나 원하는 만큼 가까운 지점에서 차를 빌려탈 수 있는 서비스. 원래 여러 명이 차 한 대를 함께 소유해 나눠쓰는 개념이지만 우리나라에선 분이나 초 단위까지 차를 빌려주는 서비스로 통용된다. 반나절이나 하루 단위로만 차를 빌릴 수 있는 렌터카와 다르다.

지난 2월 카쉐어링 전국 서비스가 국내 첫 시작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도입 초기 단계인 카쉐어링이 또 하나의 공공 운송수단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대여와 반납하는 과정이 불편해 사용 확산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동국대 영상아트센터에서 이종태 한국카쉐어링협회장을 만나 카쉐어링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이기도 한 그는 현재 동국대 자회사인 한국카쉐어링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 정착, 2~3년 더 걸린다"

카쉐어링은 언제 시작된 개념인가요.

"15년 전 일본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습니다. 이후 독일 스위스 등 유럽에서 받아들였죠. 유럽은 친환경이 최대 화두이기 때문에 카쉐어링 정착은 비교적 쉽게 이뤄졌습니다. 현재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은 독일입니다. 독일 국경 철도인 도이치반에서 카쉐어링을 운영하고 있죠. 친환경 운송 수단의 운영은 철도회사가 맡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스위스에서는 하나의 카드로 지하철, 기차, 카쉐어링을 모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카쉐어링 회원이 지하철을 타면 환승 할인도 적용됩니다."

한국에서 카쉐어링이 자리잡으려면.

"2, 3년 더 걸리겠지요. 한국인들은 자산에 대한 과시 욕구가 있어 더 어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기름값이 점점 비싸지고 개인 자가용을 굴리는 비용이 올라가면 사람들의 눈이 자연스럽게 카쉐어링으로 옮겨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여와 반납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대여와 반납이 이뤄지는 카쉐어링 주차장이 많아질 때까지 불편을 감수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국내 민간 주차장이 100만 개인데 그중 카쉐어링 전용 주차장은 200개에 불과합니다. 수시로 카쉐어링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은 현재 2000명 정도이고요.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집과 주차장의 거리가 500m 이내여야 합니다. 더 많은 확산을 위해 통합 시스템 구축이 가장 필요합니다. 예약한 고객이 차량에 제대로 탑승했는지, 기름의 주유 상태는 어느 정도인지 등의 정보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죠."

"세계 카쉐어링 표준화, 한국이 이끈다"

카쉐어링은 렌트카 사업, 공공 운송수단 중 어디에 가깝습니까?

"일본에서 처음으로 카쉐어링이 등장했을 당시 일본 버스 회사들은 카쉐어링 도입을 반대했죠. 새로운 경쟁자로 본 것이지요. 하지만 공공 운송수단 전쟁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하철, 버스와 상생한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독일 통계를 보면 카쉐어링을 이용하는 회원은 비회원에 비해 20~30% 이상 지하철과 버스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는 것으로 나옵니다. 자신의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으니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이동한 뒤 1시간 가량의 거리는 카쉐어링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지하철 4호선의 종착역인 당고개역에서 내린 뒤 목적지까지는 카쉐어링을 사용하는 식입니다. 택시의 주요 타깃은 이동시간이 30분~1시간인 고객이지만, 카쉐어링 주 고객의 이동시간은 1시간 이상 하루 이내입니다."

▶"카쉐어링은 영리 사업으로 볼 수 있나요?

"외국에서 대기업이 카쉐어링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크게 수익을 내지 목하고 손을 뗀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영리성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뜻이죠. 카쉐어링을 해서 떼돈을 벌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정신이 없는 사람이에요. 택시보다도 수익성은 더 낮을 것 같네요. 차 한 대당 한 달 수익은 100만 원 정도죠. 카쉐어링은 공공운송수단 개념으로 보고 가야 합니다."

한국카쉐어링협회장으로서 목표는?

"세계 카쉐어링의 표준화를 이끌고 싶습니다. 일단 우리나라에서 표준화에 성공하면 고객들은 어느 업체의 차량을 빌려도 똑같은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굳이 업체를 따져가면서 차를 빌릴 필요가 없는 거지요. 그 뒤 중국 시장으로의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공해가 심하고 인구가 많은 중국 역시 친환경 차량과 카쉐어링과 같은 공공수단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태니까요. 카쉐어링을 조용하고 빠르게 전파시킬 계획입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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