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혁신은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다. 하지만 변화와 혁신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매킨지가 최근 글로벌 기업 임원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분의 1만이 변화에 성공했다고 답변했다.

변화가 어려운 것은 구성원들이 변화를 부담스러워하고 불신하는 냉소주의와 연관이 있다. 구성원의 20%는 변화에 저항하고, 60%는 무관심하며, 나머지 20%만이 변화를 수용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조직 변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거부하는 구성원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냉소주의는 조직이 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진화하는 특성이 있다. 변화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냉소주의는 불신의 형태로 나타난다. 직원들이 경영진을 믿지 않는 것이다. 과거 변화를 추진하다가 실패했던 경험과 경영진의 일관성 없는 전략이 불신의 원인이다.

불신이 커지면 구성원들은 잠시만 참고 기다리자는 식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고, 조직은 변화를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된다. 불신을 없애려면 성공적인 변화 경험을 구성원들이 공유해 자신감과 긍정적 기대감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

변화가 진행 중일 때 냉소주의는 소외감으로 나타난다. 소외감은 직원들이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때 생겨난다. 조직 변화 과정에서 자신이 배제됐다는 생각이 들면 변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갖게 되는 것은 물론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끼게 된다. 소외감이 심해지면 조직과 동료에 대한 적대감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소외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IBM은 2003년 대규모 사업조정을 끝낸 뒤 임직원의 70%가 참여한 온라인 토론을 벌여 조직 내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변화가 확산되는 단계에 이르면 직원들은 무력감을 느끼기 쉽다. 무력감은 직원들에게 적절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지 않거나, 조직 역량을 감안하지 않은 채 급격한 변화를 시도할 때 발생한다.

국영기업이었던 프랑스텔레콤은 민영화 과정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업무 재배치 등을 시도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지만, 급격한 변화 과정에서 조직 내 무력감과 좌절감이 높아졌다. 4년간 무려 60여명의 직원이 자살했다. 조직 내 무력감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무력감을 없애기 위해서는 크고 급격한 변화일수록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직원들이 거둔 성과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보상할 필요가 있다.

조직 변화를 가로막는 냉소주의는 전염성이 강해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조직 전체에 냉소주의가 만연할 수 있다. 냉소주의는 부정적 심리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소극적 참여와 업무 태만, 이직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경영진은 직원들이 변화에 대해 느끼는 불신과 불안, 스트레스를 미래에 대한 밝은 전망과 낙관적 태도로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조동만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dm.joe@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