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불황으로 국내 산업계도 고전하고 있다. 에틸렌 디스플레이패널 반도체 철강재 등 주요 부품·소재의 가격이 수요 부진으로 급락하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올해 중반이면 수요 회복으로 부품·소재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수요가 당초 기대만큼 살아나지 못해 재고가 쌓여가면서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3일 산업계에 따르면 에틸렌의 국제거래 가격은 지난달 31일 t당 989달러로 1000달러 선마저 무너졌다. 올 들어 최저치다. 에틸렌 가격은 4월 중순 1401달러까지 올랐으나 한 달 남짓한 사이에 29.4%나 급락했다.

에틸렌은 나프타 분해 설비에서 나오는 기초물질로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소재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경제의 부진이 지속되고 유럽 경기침체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일본과 대만 석유화학업체들은 1분기부터 NCC(나프타 분해 설비) 가동률을 70~80% 수준으로 조정하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도 여천NCC가 5월부터 10% 감산에 들어갔다.

철강재도 전방산업 불황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조선용 후판의 t당 가격은 지난해 2분기 102만원에서 3분기 97만원, 4분기 88만원을 기록한 뒤 올 1분기에는 81만원까지 떨어졌다. 2분기에는 81만원을 유지했지만 작년 2분기에 비하면 20%가량 급락한 것이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조선사 등에 정가보다 할인해 파는 경우가 많아 실제 가격은 이보다 훨씬 더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오는 10일부터 연산 100만t 규모의 포항제강소 1후판 공장을 폐쇄할 예정이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 값은 올 들어 30%가량 내렸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낸드 플래시 메모리 64Gb(8G×8 MLC)의 가격은 보름 전에 비해 8.39%(0.34달러) 내려 4.04달러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 5.71달러에 비하면 39.7%(1.67달러) 내렸다.

장성인 산업연구원 산업경제연구센터소장은 “중국마저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데 만약 올해 6%대로 경착륙이 된다면 우리 산업에는 재앙에 가까운 악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현석/윤정현/서욱진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