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가격대, 확실하게 정리해봤습니다
‘3990만원은 3000만원대? 4000만원?’…

문제 하나. 4310만원짜리 ‘아우디 A3 2.0’의 가격대는 얼마인가? 너무 쉽게 4000만원대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출시된 2990만원짜리 ‘시트로앵 DS3 1.6VTi’의 가격대는? 선뜻 2000만원대라고 말하기 망설여진다.

10만원만 더하면 3000만원이다. 이 차를 2000만원대라고 자신있게 불러도 될까.

업계에서는 “당연히 앞자리가 ‘2’이니 2000만원대”라는 분위기다. 기자 역시 이 차를 2000만원대의 수입차로 소개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3970만원, 4990만원짜리를 앞자리 숫자만으로 가격대를 말하기엔 애매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가격표를 끝까지 읽어봐야 나중에 계약하러 가서 후회 안하는 자동차들.

어떤 모델의 가격은 매력적이지만 다른 모델은 야속하다. 차값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정확한 가격을 알자는 것이다. 오해 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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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가격이라면, 어느 걸 타시겠습니까

◆2000만원대

이 가격대에서는 역시 일본 브랜드가 많이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됐다’지만 국내에선 좀처럼 팔리지 않는 도요타의 준중형 세단 ‘코롤라’가 2990만원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인 ‘라브4 2WD’도 2990만원이다. 최근 다시 판매를 시작한 미쓰비시의 ‘랜서’도 2990만원. 하지만 아마도 많은 이들은 이들 차보다는 같은 가격의 ‘미니 쿠퍼 SE’를 더 선호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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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원·4000만원대

첫 타자는 ‘푸조 3008 e-HDi’. SUV라고 보기엔 어정쩡한 생김새처럼 가격도 애매하다. 가격은 3990만원. BMW의 가장 작은 세단인 ‘120d’는 3970만원, 인기모델인 ‘미니 쿠퍼S’도 3970만원이다. 지프 ‘랭글러 스포츠’는 3990만원이다. ‘4’로 넘어가면 도요타의 미니밴 ‘시에나 3.5 리미티드’가 4990만원, 볼보의 중형세단 ‘S60 D5’가 4950만원이다. 캐딜락도 슬그머니 가격표를 내밀었다. ‘CTS 스포츠왜건’이 498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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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만원·7000만원대

최대출력 200마력, 연비도 ℓ당 15.1㎞나 되는 독특한 디자인의 로드스터 ‘푸조 RCZ 다이나미크’가 5950만원이다. 최근 출시된 렉서스의 중형 세단 ‘GS250’은 5980만원이다. 아우디의 SUV 모델인 ‘Q5 2.0 TDI’도 5990만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다. 인피니티가 자신있게 내놓았지만 기대만큼 팔리진 않는 닛산의 첫 디젤 SUV ‘FX30d’는 7970만원이라는 가격을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BMW의 ‘Z4 sDrive2 8i’도 7990만원이다.

◆국산차

수입차에만 이런 ‘애매한’ 가격이 있는 건 아니다. 국산차도 마찬가지다. ‘투싼 ix X20 워너비’는 1977만원. ‘쏘나타 터보 GDi 최고급형’ 가격은 2960만원이고 ‘하이브리드 프리미어’는 2975만원이다. 기아차의 준대형 세단인 ‘K7 2.4 GDi 디럭스’는 2980만원이고, K9이라는 벅찬 상대를 만난 현대차의 ‘제네시스 BH380 럭셔리’는 4970만원, ‘에쿠스 VS380 프레스티지’는 8950만원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