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봉천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46)는 월 100만원씩 넣던 적립식 펀드 납입액을 최근 50만원으로 줄였다. 대신 연간 400만원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연금보험과 은행 정기적금에 가입했다. ‘100세 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노후 생활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위험을 줄여야겠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개인들의 재테크 포트폴리오 다시짜기는 거액 자산가뿐만 아니라 월급쟁이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식 투자 상품은 줄고

재테크 패턴 확 바뀐다…강남 큰손도 '금리+2~3%' 수익에 만족
재테크 패턴 변화는 증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식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자금이 줄고 있어서다. 비교적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주식형 펀드에서는 환매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지난 23일 현재 97조5250억원으로 올 들어 6조6759억원 줄었다. 최근 주가 조정으로 소폭 늘고 있지만 2008년 말(140조2123억원) 이후 감소세는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주식에 직접투자하기 위한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도 지난 1월 말 20조204억원을 기록했다가 이달 25일엔 17조1689억원으로 줄었다. 증시를 떠난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이런 현상을 반영해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은 2조~3조원대로 작년(5조원 안팎)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예금·채권은 늘고

반면 기관투자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채권에 투자하는 개인은 늘고 있다. 올 들어 4월 말까지 개인 채권 순매수 금액은 2조32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044억원의 5.7배로 급증했다.

지난해 2조~3조원대였던 월간 주가연계증권(ELS) 발행금액은 올 들어 4조~5조원대로 불어났다. 4월까지 ELS 발행금액은 17조41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조4888억원)보다 39.5% 증가했다. ELS는 대표적인 중수익 중위험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과 정기적금도 증가하는 추세다. 3월 말 현재 정기예금 잔액은 573조144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0% 늘었다. 정기적금도 같은 기간 21조7741억원에서 25조6079억원으로 17.6% 증가했다.

김종설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강남센터장은 “최근 3~4년간 주식시장이 급락과 급등을 반복한 결과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졌다”며 “거액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예금 금리보다 2~3%포인트 높은 수익률이면 충분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금상품은 늘리고

고령화와 함께 연금형 상품도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올 들어 주식형 펀드가 지속적으로 환매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금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말 3조3498억원으로 지난해 말 3조236억원보다 3262억원(10.8%) 증가했다.

보험사 연금보험과 은행 연금신탁, 자산운용사 연금펀드를 합친 연금저축 적립액도 지난해 말 68조원으로 1년 전보다 8조원(13.3%) 늘었다. 연금저축 적립액은 2008년 46조원, 2009년 52조원, 2010년 60조원 등으로 매년 10%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의 시야가 2~3개월 후에서 10~20년 후로 달라졌다”고 말했다.

○부동산은 줄여

부동산을 유동화해 금융자산으로 활용하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부동산 거래 침체로 부동산 매각이 원활하지 않자 거주 주택을 금융회사에 담보로 맡기고 연금을 지급받는 주택연금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공급하는 주택연금 신규 가입자 수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167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50명)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런 추세에 따라 개인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아지고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가계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2005년 83.3%에 달했지만 2010년 75.9%로 낮아졌고 지난해에는 73.6%로 하락했다.

유승호/손성태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