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애플의 배신 가능성’으로 폭락했다. 그리스 악재에 ‘삼성전자 쇼크’까지 겹쳐 코스피지수는 58.43포인트(3.08%) 급락하며 1840대로 추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65원대로 치솟았다.

삼성전자는 16일 전날보다 8만1000원(6.18%) 떨어진 123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낙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0월24일(13.76%) 이후 3년7개월여 만에 최대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이날 11조9340억원 증발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한 것은 애플의 배신 가능성 부각 때문이다. 대만의 디지타임스는 애플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부터 공급받던 모바일 D램 물량 중 상당 부분을 일본 D램 업체인 엘피다에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엘피다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마이크론의 물량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위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졌다. SK하이닉스도 8.89% 내린 2만3050원에 장을 마쳤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디지타임스 보도는 명백한 오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사장은 “엘피다가 이미 애플에 모바일 D램을 공급하고 있다”며 “디지타임스가 예측한 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삼성전자가 별 타격을 받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삼성전자 쇼크와 그리스 악재까지 겹쳐 코스피지수는 1840.53으로 후퇴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전날 1093조원에서 1059조원으로 줄어 하루 사이에 34조원 날아갔다.

이날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는 1.12%,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21% 하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원60전 급등한 1165원70전으로 마감했다.

송종현/정인설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