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번에는 ‘밀크 런(Milk Run)’이란 새로운 단어를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어제 위기관리대책회의 자리에서였다. 우유회사가 목장을 돌며 원유를 수집하는 것에 빗대 직접 현장을 찾아가서 정책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줄여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박 장관 특유의 레토릭이 또 한 번 작열한 것이다.

탁상 행정을 하지 않겠다는 박 장관의 뜻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현장을 가야 올바른 경제정책이 나온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틀렸다. 대부분의 현장 방문은 오히려 혼란을 부르고 판단착오만 만들어 낸다. 살인 현장을 보면 누구라도 사형 같은 엄중한 형벌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사형장에서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나막신과 우산 장수를 둔 부모의 입장이 바로 정부다. 현장은 특정 대책에 대한 편향성만 강화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노무현 시절보다 더 많은 포퓰리즘 정책이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불가능한 대책을 억지로라도 만들어 내라는 대통령의 채근이 화근이다. 정책은 현장이 아닌 통계와 수치에서 나온다.

박 장관의 현란한 말솜씨는 익히 알려진 바다. 물가잡기와 관련해서 콜렛-헤이그 규칙(Corllet & Hague Rule) 등 난해한 용어를 동원했고 등록금 문제에 대해 ‘다차원의 동태적 최적화 함수를 푸는 과정’이라는 단어까지 들먹였다. 고단한 국민들에겐 다른 세계에 사는 제3자의 말장난처럼 들린다. 박 장관의 레토릭에 대해서는 이미 본란에서도 두어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진지한 성품인데 언어가 화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