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에 구글과 애플의 가치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진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회사들의 주식을 사야 한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이들의 잠재적 경쟁자가 누가 될 것인지,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것인지 우리는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82)이 정보기술(IT) 업계의 양대 거인인 구글과 애플에 대해 “벅셔해서웨이가 투자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다. 버핏 회장은 “구글과 애플이 5년, 혹은 10년 후에도 지금 같은 수익력을 유지할지, (IT업계의) 확고부동한 승자가 될지 지금으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IBM에 대해 잘못 판단할 가능성이 구글과 애플에 대해 잘못 판단할 가능성에 비해 훨씬 작다”고 덧붙였다. 기술주를 선호하지 않는 버핏 회장은 지난해 이례적으로 IBM 주식을 131억달러어치 사들였다.

◆“건강 문제없다”

‘자본주의의 우드스톡’이라고 불리는 벅셔해서웨이 주총에는 올해도 3만5000명이 넘는 주주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특히 지난달 버핏 회장이 전립선암 1기 진단을 받았다고 밝힌 후 처음으로 열린 주총이어서 시장의 관심이 더욱 뜨거웠다.

버핏 회장은 특유의 유머를 섞어가며 자신의 건강과 경영권 승계 계획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바람을 피우다가) 질투심 많은 남편에게 죽임을 당할 가능성은 있지만 전립선암으로 죽을 가능성은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의 오랜 파트너인 찰리 멍거 부회장(88)도 “내가 더 많은 전립선암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버핏 회장에게만 관심이 쏠려 분하다”고 농담을 던졌다.

버핏 회장은 후계자와 관련해 “우리는 예술 전공자를 후계자로 선택하지 않았다”며 “그는 리스크를 잘 관리할 것이며 (나같이) 좋은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더 이상 구체적인 정보는 내놓지 않았다.

◆“시장은 자주 틀려”

버핏 회장은 최근 벅셔해서웨이 주가가 정체된 것에 대해 “경영을 시작한 후 47년 동안 4~5번 주가가 크게 저평가된 적이 있었다”면서 “주식시장이 아름다운 이유는 가끔 바보 같은 가격에 주식을 파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고 이는 나와 멍거 부회장이 부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주가가 저평가된 지금이 벅셔해서웨이 주식을 사들일 기회라는 얘기다. 그는 “시장은 자주 틀리며 가끔은 술취한 정신병자 같다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만이 돈을 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최근 금 수익률이 벅셔해서웨이 주가 수익률을 웃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사업을 시작할 때 벅셔해서웨이 주가는 15달러, 금은 온스당 20달러였는데 지금 금값은 1600달러이고 벅셔 주가(A주)는 12만달러”라고 반박했다. 그는 “금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이성적이기보다 감정적”이라고 꼬집었다. 버핏 회장은 이어 “공모주에 투자하는 것은 가급적 피한다”고 소개했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경영진은 주식을 파는 것에 혈안이 돼 있기 때문에 (해당 주식을) 싸게 매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오마하(미국)=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