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독신자가 아니라도 라면 좋아하는 사람은 많다. 양분은 별로 없고 열량만 높다고들 해도 가격 대비 만족도가 이만큼 큰 음식도 드물기 때문이다. 우리의 라면 사랑은 유별나다. 국가별 연 소비량은 중국 408억개, 인도네시아 139억개, 일본 53억개, 베트남 43억개, 미국 40억개, 한국 34억개(2009년 세계라면협회) 순이지만 1인당 소비량은 우리가 연 68개로 단연 선두다. 1주일에 1.3개씩 먹는 셈이다. 한국의 라면은 세계 95개국에 연 2억달러 이상씩 수출도 된다.
라면은 1870년대 일본 요코하마 중국집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1922년 삿포로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있다. 돼지뼈 닭고기 야채 멸치 등을 우려낸 국물에 수프로 양념을 한 다음 중화면과 함께 먹었다고 한다. 인스턴트 라면은 중일전쟁 때 중국인들이 건면(乾麵)을 기름에 튀겨 보관하기 쉽게 포장하고 수프를 가미해 먹은 게 시초란다. 현대식 라면의 원조는 1958년 닛신식품이 선보인 ‘치킨라멘’이다.
국내에는 1963년 들어왔다. 삼양식품이 일본 묘조식품과 제휴해 닭고기 국물로 맛을 낸 ‘삼양라면’을 만들어 팔았다. 밥을 최고로 치던 시절이라 처음엔 반응이 시들했지만 조리의 간편함과 특유의 맛으로 점차 수요를 넓혀갔다. 1980년대 중반까지 라면시장은 삼양이 이끌었으나 농심이 안성탕면 짜파게티 신라면 등 히트작을 잇따라 내놓으며 20년 넘게 1위를 지키고 있다.
신제품 개발 경쟁에 불이 붙은 건 작년 8월 하얀국물의 ‘꼬꼬면’이 나오면서부터다. ‘나가사키짬뽕’ ‘후루룩칼국수’ ‘기스면’ 등이 쏟아지며 한때 하얀국물 라면이 시장 점유율 20%를 넘겼다. 올 들어 하얀국물이 시들해지자 다시 빨간국물의 매운맛 경쟁에 돌입했다. 팔도 ‘남자라면’, 삼양 ‘불닭볶음면’, 농심 ‘진짜진짜’ 라면이 모두 빨간국물의 ‘화끈한 매운맛’이다.
지금은 농심이 절대강자지만 ‘꼬꼬면’에서 보듯 점유율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업체들로선 피 말리는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것이다. 그에 상관없이 입맛 까다로운 소비자들은 다음엔 어떤 라면이 개발돼 나올지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