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성들 사이에 부는 다이어트 열풍은 살찌는 보약을 짓던 한방을 살빼는 한방으로 바뀌게 했다. 패션업계에서는 여자 옷 사이즈 77을 찾아보기 힘들게 만들었으며, 여성들의 비만도를 남성보다 낮아지게 하는 등 사회 여러 방면에서 영향을 주고 있다. 날씬한 우리 병원 여직원들도 식당에서 고기 반찬이라도 하나 더 얹어주려고 하면 다이어트 중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가끔 부산에 모친을 뵈러 가면 필자의 여동생이 다이어트 하느라 밥을 안 먹는다며 여간 걱정이 아니시다. 사람이 밥심으로 살아야 하는데 빵만 좋아해 밥이라곤 현미밥 한숟갈에 채소, 고기도 조금밖에 안 먹으니 삐쩍 말라서 영 볼품이 없다고 안타까워 하신다. 그때마다 여동생은 어머니보다 더 오래 살 거니까 걱정마시라고 응수한다.

소식 하면 장수한다는 옛말이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검증된 유일한 장수법이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섭취 열량을 줄여 먹인 집단의 수명이 30% 정도 늘었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1930년대에 보고된 바 있다. 1990년대 들어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붉은원숭이를 대상으로 15~20년간 진행한 실험에서도 식사량은 똑같이 주되 칼로리를 30% 줄인 그룹의 평균수명이 10~20% 늘어나는 결과가 나왔다. 사람으로 치면 평균수명이 10~20년 늘어난 것이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먹는 것을 좋아하고 술자리도 마다하지 않는 성격에 운동하고는 담을 쌓고 지내다 보니 젊은 시절 70㎏대이던 몸무게가 40대 들어 80㎏대 초반으로 늘어났다. 주위에서 얼굴 좋아 보인다는 얘기에 뱃살은 헐렁한 셔츠로 감추고 몇 년을 지냈다. 그러다 5년 전 어느날 10년 위 연배의 아마추어 마라토너인 모 교수로부터 여자는 남자의 가슴을 볼 때 가장 섹시하게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비율은 헐크 같은 우락부락한 역삼각형이 아니라 가슴과 허리의 비율이 1.1 대 1이라며 본인의 체형이 그렇다고 자랑하는 게 아닌가. 나는 거꾸로인데…. 목욕탕에서 거울을 보니 배가 볼록한 ‘ET’ 직전의 중년이 서 있는 게 여간 서글픈 것이 아니었다.

그때부터 다이어트와 운동을 시작했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기 위해 채소와 고기 반찬을 더 많이 먹고 밥만 반으로 줄였다. 야식을 피하려 무를 썰어서 허기진 배와 심심한 입을 달랬더니 특별히 운동한 것도 없는데 한 달에 2㎏씩 착실하게 빠졌다. 한두 달이 지나 몸의 신진대사가 낮은 칼로리 섭취에 적응할 무렵 근력운동을 시작했더니 6개월 만에 8㎏이 빠지고 소위 ‘갑빠’가 생기면서 선배 마라토너가 자랑했던 비율이 만들어졌다. 덤으로 안색이 맑아지고 처진 이중턱이 탄력을 찾아 오랜만에 보는 고객들로부터 “서 원장은 혼자서만 좋은 건 다하는 것 같다” “보톡스를 아예 마시느냐”는 등 별별 얘기를 다 들었다.

20대 중반의 몸무게가 가장 이상적인 자신의 몸무게라고 한다. 지나친 다이어트는 건강을 해치지만 적절한 다이어트는 성인병을 예방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검증된 불로장생법이다.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아프고 죽는 것)를 위하여!

서구일 < 모델로피부과 대표원장 doctorseo@hot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