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파 가수로 통하는 지아의 노래 ‘감기 때문에’가 작년 2월 음반심의위원회 심의에 올랐다. 노랫말에 들어 있는 ‘술’이 문제가 됐다. ‘어떡하죠 어떡해요 다시 또 사랑이 커져버리면/ 감기약이 많이 독했으면 싶어요/ 술취한 것처럼 아주 깊은 잠이 들어야….’ 술을 마신 게 아니니까 무해하다는 의견이 나와 그냥 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청소년보호위원회 심의과정에서 ‘감기약’이 걸려들었다. 한 심의위원이 감기약이 향정신성 의약품이 아니냐고 시비를 걸었던 거다. 결국 ‘19금’ 딱지가 붙었다. 이 일이 외부에 알려지자 심의기준이 너무 형식적·자의적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인터넷에 막말이 난무하고 ‘야동’이 떠다니는 판에 이런 식의 제재가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는 비판도 나왔다.

무대 공연에서도 심심치 않게 선정성 시비가 벌어진다. 존 파울즈의 소설 ‘컬렉터’를 각색해 1994년 공연된 ‘미란다’가 원조다. 알몸 연기를 시킨 연출자가 불구속 기소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받았다. 성기능 장애 남편이 아내의 주선으로 불륜을 저지르는 내용의 연극 ‘마지막 시도’를 연출한 강철웅 씨도 공연음란죄로 긴급체포됐다. ‘교수와 여제자’ 등 후속작품에서도 논란이 이어지자 강씨는 이렇게 주장했다. “내가 잘하는 건 여배우를 품격 있게 벗기는 것이다. 솔직한 성담론으로 연극을 통한 표현의 자유가 재인식되길 바란다.”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 내한 공연(27일)에 ‘만 18세 미만 관람불가’ 판정을 내린 데 대한 논란이 거세다. ‘저스트 댄스’란 노래가 여성가족부 지정 청소년 유해곡인데다 영상이 너무 선정적이라는 게 이유다. 이에 대해 2009년 가가의 내한 공연은 ‘12세 이상 관람가’였으나 이번엔 ‘18금’이란 건 앞뒤가 안맞는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광기 어린 독설과 기괴한 무대로 유명한 메릴린 맨슨의 2008년 내한 공연이 ‘청소년 무해’ 판정을 받은 것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연의 선정성·유해성을 가리는 게 간단치는 않다. 그래서 신체가 반응하면 선정이고 정신이 반응하면 예술이란 우스개도 생겼다. 가가의 퍼포먼스가 충격적인 건 사실이지만 ‘욕망의 대상이 아닌 사랑의 주체로 팬덤을 확보한 독보적 존재’라는 평가가 주류다. 이번 가가의 월드 투어에 포함된 아시아 5개국 중 18금 판정을 내린 곳은 한국뿐이다. K팝이 세계로 뻗어가는 시대에 술 감기약 같은 노랫말에 집착하고, 판단 기준까지 오락가락해서야 되겠는가.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