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페이팅 거래는 국가 부도 등의 상황으로 최종적으로 물건값을 받지 못할 위험성을 은행이 대신 부담하도록 해 신용장 거래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무역거래 방식이다. 예를 들어보자. 국내에서 기계부품을 생산하는 수출기업 A사는 아르헨티나에 있는 수입기업인 B사와 기한부 신용장(usance LC) 방식으로 수출거래를 했다. 신용장을 먼저 받아서 물건을 보낸 뒤 매입 은행에 수출환어음을 할인해 사달라고 요청했다. 은행도 처음엔 거리낌없이 할인된 금액을 A사에 지급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 경제위기가 발생하면서 모라토리엄이 선언됐다. 자금 유통이 꽉 막혀버리자 이 은행은 결제대금을 아르헨티나 측으로부터 받지 못했다. 그러자 은행은 A사에 ‘어음을 도로 사가라’고 요구했다. A사는 꼼짝없이 물건값을 스스로 지불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A사가 신용장거래 대신 포페이팅을 선택했다면, 대금을 받지 못할 위험은 최종적으로 기업이 아니라 어음을 사들인 은행이 부담한다. A사나 B사의 사정과 관계 없는 국가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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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페이팅 거래의 장점은 또 있다. 국내에서 의류를 생산하는 C사는 미국의 D사에 연간 2000억원어치 물건을 판다. 하지만 최근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서 C사에 회계상의 문제가 생겼다. 종전엔 수출채권을 은행에 매각해서 외상매출채권을 우발채무로 처리했지만, 앞으로는 부채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포페이팅 거래는 만기에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을 기업이 지지 않기 때문에 회계처리상으로 ‘부채’가 아니라 ‘현금입금’으로 처리된다. C사는 이를 통해 현금흐름을 개선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요즘엔 C사처럼 재무제표 개선을 목적으로 포페이팅이 이용되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기존의 무역 금융서비스 중 가장 선진화된 형태인 포페이팅은 수출환어음 대체결제수단으로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에서 포페이팅이 더욱 활성화되면 수출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혁재 < HSBC은행 서울지점 상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