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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호산 스님 "설원의 꿈나무 무럭무럭…2018 평창 올림픽서 '雪上' 첫 금메달 기대하세요"

스노보드 타는 스님…호산 양평 용문사 주지

훈련비용 감당 어려웠는데 삼성화재 후원이 큰 힘
장삼 자락 날리며 하프파이프…"꼭 정좌해야 수행은 아니죠"

스노보드 유소년 국가대표인 정유림 선수(14·화성 동학중)는 지난달 27일 스페인에서 열린 2012 스노보드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7위를 차지했다. 하프파이프(Half Pipe)는 파이프를 반으로 잘라 눕힌 반원통 모양의 경기장 안에서 가속도를 이용해 공중회전 등의 기술을 발휘해야 하는 종목이다.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첫 출전에서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결선까지 올랐다. 대회 사상 최연소 결선 진출 기록도 세웠다.

정 선수의 결선 진출 소식에 누구보다 기뻐한 이는 호산 스님(47·양평 용문사 주지)이다. 호산 스님은 올해로 10년째 달마 오픈 스노보드 피스(FIS·국제스키연맹)컵 대회를 열며 유망주를 발굴·후원해온 주역이다. 정 선수도 이 대회를 통해 발굴했다. 2년 전부터는 삼성화재의 공식후원으로 더 많은 꿈나무들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29일 용문사로 찾아가 호산 스님을 만났다.

▷기쁘시겠습니다.

“보람을 느낍니다. 유림이는 원래 알파인 스키를 타다가 지난해 제9회 달마 스노보드 대회 때 하프파이프에 정식으로 입문했는데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 걱정할 정도예요. 하프파이프 시작한 지 2년도 안 된 선수가 국제대회 첫 출전에서 결선에 진출했으니 대단합니다. 기업(삼성화재)이 후원해서 체계적으로 훈련한 효과가 나타난 거죠.”

▷지난 2월 제10회 달마 스노보드 대회를 열었는데, 대회는 어떻게 진행합니까.

“달마 대회는 아마추어·주니어 남녀 부문, 프로 남녀 부문, 프리스타일 종목으로 치러지는 국내 최장수 스노보드 대회예요. 격년제로 국제와 국내 대회를 번갈아 개최하는데 4년 전 월드컵이나 US오픈 출전에 필요한 피스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국제대회로 인정받았죠.”

▷유망주들이 눈에 들어옵니까.

“유림이가 바로 그런 경우죠. 작년 대회 때 보니 균형감각이 뛰어나 알파인에서 하프파이프로 바꾸도록 권유했는데 올해 달마배 대회에서 50피스포인트를 딴 데 이어 이번에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100피스포인트를 땄으니 기대가 큽니다. 스노보드 꿈나무들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설상(雪上) 종목 메달을 딸 겁니다.”

▷그런 재능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나요. 기준이 있습니까.

“하프파이프는 리듬, 스피드, 기술이 다 필요해요. 대회에서는 피겨스케이팅처럼 기술난도, 예술성, 가속도를 이용해 치고 오르는 높이, 전체적인 런(run) 등을 점수로 매깁니다. 하프파이프는 6.5m의 벽을 타고 올라가 공중에서 기술을 펼쳐야 하므로 마지막까지 런을 완벽하게 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요. 매년 대회를 여니까 성장 속도가 빠른 아이들을 눈여겨 보게 되죠.”

동계 스포츠 가운데 스노보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축에 속한다. 특히 하프파이프는 장비 손상이 잦고, 국내에선 연중 3개월 정도만 훈련할 수 있어 유럽이나 미주에서 전지훈련도 해야 한다. 전문 코치의 체계적인 훈련도 필요하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등에 출전하려면 크고 작은 대회에서 포인트도 쌓아야 한다. 재능만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다. 호산 스님은 처음에는 제반 비용을 혼자 부담하다 인연 있는 스님과 사찰들의 후원으로 대회를 열고 선수들을 도왔다. 삼성화재가 꿈나무들을 공식 후원한 뒤로는 훈련 비용에 대한 걱정을 덜었다.

▷삼성화재와는 어떻게 맺어졌습니까.

“제6회 달마배 대회부터 2018년 동계올림픽에 나갈 주니어 꿈나무를 발굴하기 시작해 매년 한 명씩 뽑았는데 훈련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어요. 세계적인 선수들과 견주려면 외국 전지훈련과 외국인 코치가 필요한데 연간 3만~4만달러가 들어요. 처음에는 선수 네 명의 훈련비용을 혼자서 부담하다 2년 전부터 삼성화재 사내 직원 봉사기금인 ‘드림펀드’의 도움을 받았어요. 그러다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이 확정되고 동계종목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삼성스포츠단의 후원을 받게됐습니다. 그 결과 삼성화재 직원들이 모금한 액수만큼 회사에서도 보태는 매칭펀드 방식으로 후원 규모를 대폭 늘려 지난 시즌부터 매년 1억원씩 후원받게 됐습니다.”

호산 스님은 스노보드 타는 스님으로도 유명하다. 매년 열리는 달마배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장삼 자락 휘날리며 펼치는 호산 스님의 하프파이프 시범이다. 그가 스노보드와 인연을 맺은 건 1997년. 광릉숲에서 가까운 봉선사에 있을 때 인근 스키장에 가서 안전 기원 기도를 해준 게 계기였다.

▷어떻게 스노보드 탈 생각을 했습니까.

“처음 스키를 타보니 부자연스러웠는데 보드를 타는 사람들은 전후좌우 마음대로 움직이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다가가서 한 수만 가르쳐달라고 했더니 세대 차이 난다고 안 끼워주는 거예요. 스노보드 타는 애들은 10~20대였거든요. 어린 친구들이 옷은 헐렁하게 입고 머리를 물들이거나 길러서 좀 삐딱하게 보였어요. 하지만 너무 순수해서 자기 개성을 숨기지 못하는 아이들이었어요. 그들에게 왜 스노보드를 타느냐고 물었더니 정해진 방향이 없고 자유로워서 새로운 기술을 창조할 가능성이 많아 좋다고 하더군요.”

▷다른 스님들이나 신도들의 시선이 부담스럽진 않았습니까.

“보드를 타는 게 수행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앉아서 하는 좌선만 수행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보드를 타는 게 맞느냐 안 맞느냐가 아니라 이왕 시작한 일이니까 꾸준히 여여하게 하는 것이죠.”

호산 스님은 올 겨울방학에는 달마스노보드 학교를 개설, 시중 절반 정도의 레슨비로 운영할 계획이다. 스노보드 저변을 확대하는 한편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를 미리 발굴하기 위해서다. 스키 시즌이 끝나고 허전하지는 않을까. 호산 스님은 “수행자에게 허전함이란 없다”며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일 뿐”이라고 했다. 사계절이 뚜렷하니 스키 시즌에 대한 설렘도, 봄에 대한 기다림도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 호산 스님은…달마 스노보드대회 10년째 열어…매년 양평 상원사 산사음악회도 개최

호산 스님은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해 초등학교에서 태권도를 익혔다. 무술하는 스님을 보고 어린 나이에 출가했다. 1984년 통도사 전문강원을 마치고 군대에 다녀온 뒤 봉암사 해인사 등 전국의 선원에서 10년 동안 참선수행했다. 양평 상원사는 그가 “청춘을 바쳤다”고 하는 곳이다. 폐사지나 다름없던 곳에 7년 동안 살며 도량을 복원하고 선원을 지었다. 스노보드대회든 산사음악회든 한 번 시작하면 10년은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달마배 스노보드대회는 올해 10회 대회를 치렀고, 상원사에서 열기 시작한 산사음악회도 매년 거르지 않고 올해로 11회째를 맞았다. 올해는 용문사 아래에 있는 친환경농업박물관 위탁 개관과 불사 중인 종각 낙성식 등이 다음달로 예정돼 음악회는 가을에 열 계획이다. 수용인원을 40명에서 100명으로 늘릴 템플스테이수련관도 짓고 있다.

호산 스님은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을 보면 정신적 치유와 휴식을 간절히 원한다”며 “템플스테이수련관에서는 사찰음식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고 친환경농업박물관에는 자연음식연구원을 설치해 자연음식의 소중함을 체험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평=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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