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말 못할 사정 있다" 설득…공천 확정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비례대표 후보 10번인 이 교수에 대한 공천을 재심해 달라고 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에 요청했다. 사실상 이 교수의 공천을 취소해 달라는 것이다.
비대위원들은 이 교수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캠프에서 재정분야 자문을 맡아 이른바 ‘MB노믹스’ 입안에 도움을 줬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현재 새누리당 노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광덕 비대위원은 “성장과 복지 문제에 있어서 새로 바뀐 당 정강정책에 부합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했고, 이상돈 비대위원은 “현재 정강정책을 대변하는 인물이 아니라 MB노믹스만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다수 비대위원이 이 교수의 공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공천 취소로 기우는 듯한 분위기였다. 이때 박 위원장과 권영세 사무총장이 제동을 걸었다. 박 위원장은 “(공천과 관련해) 말 못할 사정이 있다”고 양해를 구했다. 권 총장은 “이런 문제들까지 거론하면서 다 잘라내면 남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고 복수의 비대위원들이 전했다.
논란 끝에 비대위는 공천위에 재심을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공천위는 이 교수의 공천을 유지하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비대위의 요청을 거부한 것이다. 권 총장은 공천위 회의 직후 “이 교수의 경우 당내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많아 그대로 통과됐다”고 설명했다.
비대위원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이런 부분에 있어서 특히 박 위원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총선 공천은 박 위원장의 얼굴과 마찬가지인데,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다른 비대위원은 “당 안팎에서는 비례대표 후보 10번은 청와대 몫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고 원래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을 공천하려 했다는 설도 있다”며 “실제 청와대 몫이라는 게 있고, 이를 배려한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내 의견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비대위가 재의를 요구한 인물에 대해 공천위가 공천을 강행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가 하면 비대위가 비례대표 후보의 보수적 성향을 문제 삼은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한 당직자는 “새누리당 정강정책에도 보수라는 표현이 있는데, 비대위가 보수적이라는 이유로 특정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라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