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분기 성장 속도 회복할 듯…베트남 펀드 유동성 수혜 기대
안정적인 투자처 원할 땐 이자율 높은 해외채권 매력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어선 이후 펀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4조원 넘는 자금이 유출됐다. 추가 상승을 확신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원금을 회복하거나 소폭 이익을 내는 선에서 펀드를 환매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감소하면서 코스피지수 상승세가 둔화하고 중소형주 중심의 종목별 장세가 펼쳐지고 있어 펀드 환매는 좀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당장 현금이 필요치 않은 투자자라면 환매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 중장기적으로 대내외 시장 환경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거치식은 일부 환매 고려
우선 풍부한 유동성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말 2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통해 5295억유로를 시중에 공급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3차 양적완화(QE3)를 시행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남아 있다. 풍부한 유동성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선호로 이어져 선진국 자금이 신흥국 주식시장에 꾸준히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다시 부각됐으나 민간채권단의 85.8%가 국채 교환에 참여키로 하면서 그리스는 부채 1000억유로를 탕감받고 디폴트 위기를 넘겼다.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7.5%로 낮춘 이후 중국 경기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지급준비율 인하 등 긴축완화를 지속하고 있으며 내수소비를 늘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적립식 투자자는 이런 상황에서 투자를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립식 투자는 위험을 분산하면서 장기적으로 우수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은 과거 사례를 통해 이미 증명됐다. 거치식 투자자 역시 당장 현금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투자를 지속해도 무방하다. 다만 포트폴리오 조정 및 위험 관리 차원에서 일부 환매를 고려할 필요는 있다.
○신흥국 펀드, 유동성 수혜 기대
국내 펀드보다 투자자들을 고민스럽게 하는 것은 해외 펀드다. 해외 펀드에서는 올 들어 1조원이 유출됐다. 지난 3년간 유출 규모는 22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유럽 재정위기로 각국 증시가 출렁거린 데다 해외 펀드 과세가 시행되자 투자자들이 대거 환매에 나선 것이다.
최근에도 미국 유럽에 이어 중국 베트남 등 신흥국 증시가 큰 폭으로 반등하자 해외 펀드 투자자들은 환매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펀드 투자자들은 지금 시점에서 환매를 하기보다는 올해 말까지 보유할 것을 권한다.
해외 펀드 중에서도 투자 비중이 높은 중국 펀드 투자자들은 지난 3~4년간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2007~2008년 중국 펀드에 들어간 투자자들은 대부분 아직도 원금을 회복하지 못했다. 중국은 1분기까지는 경제성장세가 다소 정체될 것으로 보이지만 2분기부터는 성장 속도를 다시 회복, 주가도 상승 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베트남을 비롯한 아시아와 중남미 등 다른 신흥국 펀드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중순 이후 신흥국 펀드의 자금 유입이 둔해지고 신흥국 증시가 저평가 국면에서 벗어나 단기 조정을 맞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의 유동성 장세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위험이 낮아져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선호가 지속될 여건이 마련됐다. 이 경우 아시아 중남미 등 신흥국 증시가 큰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신흥국 경제는 선진국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증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역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저평가 상태에 놓여 있다. 지난해는 중국 브라질 등이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긴축정책을 시행, 증시에 부담을 줬으나 최근에는 이들 국가의 통화정책이 긴축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펀드 환매자금은 ELS, 해외채권에
생각 끝에 펀드를 환매한 투자자는 새로운 고민에 부딪친다. 국내외 펀드를 대체할 투자상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정기예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의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칠 만큼 저조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지수 추가 상승 여부가 불확실할 때는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등 절대수익 추구형 파생상품이 적절한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
ELS는 지난달 발행 규모가 4조6503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원금보장형, 지수형 상품이 주류를 이뤘으나 올 들어서는 원금비보장형, 종목형 상품이 증가세다.
손실이 발생하는 녹인(knock-in) 구간이 30~50%대인 상품이라면 원금 손실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정기예금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국제 금 가격과 은 가격에 연계한 DLS도 매력적인 상품이다. 금과 은은 최근 조정을 받고 있으나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질 때마다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완만한 상승세가 예상된다. 금·은 DLS는 금·은 가격이 기준시점에 비해 5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은 지킬 수 있는 구조로 돼 있어 비교적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다.
정기예금 금리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안정적인 투자처를 원한다면 해외채권 투자를 고려해 봄직하다. 해외채권은 크게 글로벌채권, 신흥국채권, 신흥국 로컬채권, 하이일드 채권 등으로 구분되는데 최근에는 이자율이 비교적 높은 신흥국 채권과 하이일드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다.
높은 금리와 동시에 신흥국 통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신흥국 채권의 장점이다. 신흥국 채권은 지난 10년간 연 10%대의 평균 수익을 냈으며 변동성도 국내 주식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수 상승이 둔화하고 업종 및 종목 간 수익률 격차가 커지는 시장 흐름이 지속된다면 상장지수펀드(ETF)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섹터 ETF를 통해 유망 업종에 선별적으로 투자, 시장 대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ETF의 장점이다. 1분기 실적 호조가 예상되는 IT 업종과 중국 관련 소비재의 상대적 강세가 예상돼 이들 업종의 섹터 ETF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