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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산악회 代 끊기고 …'취업' 동아리 상한가

현장리포트 / 취업난에 대학 동아리도 명암

이념·학술모임도 속속 해체
경제·경영·광고 "재수도 불사"
새학기, 서울대 경제학과 동아리 SFERS(금융·경제 연구회)에 가입하기 위해선 치열한 ‘입회’(入會)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력서·자기소개서는 기본이고 면접에 프레젠테이션까지 평가한다. 지원자 사이에서 대기업 취업 시험보다 어렵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매학기 20명 남짓 선발하는데 70명 이상 지원한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SFERS 출신이라는 ‘경력’이 금융 분야의 취업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졸업한 회원 상당수가 증권사, 투자은행(IB), 금융 공기업, 국제금융기구 등에 취업했다.

반면 60년 역사의 연세대 ‘연세산악회’는 지난 2월 대학 동아리 방에서 쫓겨났다. 현재 3명의 회원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고(故) 박영석 대장과 에베레스트 산에 함께 오르기도 했고, 소설가이자 산악인인 박인식 씨도 거쳐간 전통있는 동아리였다. 한때 회원이 100여명을 웃돌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대학가에서 사라질 처지다.

연세산악회처럼 회원이 없어 맥이 끊긴 철학·이념·취미 동아리는 늘고 있는 반면 SFERS같이 취업의 지름길로 불리는 경영·경제 동아리의 인기는 상한가(上限價)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의 최근 10년간(2002~2012년) 동아리 현황을 분석해보면 급변하는 대학가 풍속이 여실히 드러난다.

인기 경영·경제 동아리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은 선배들의 알짜 ‘취업 노하우’에선후배 간 인맥까지 활용할 수 있어서다. 서울대 MCSA(경영자문학생연구회) 회장 허병욱 씨(27·건축학과)는 “가입 희망자들이 넘치면서 동아리 재수도 불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기 직종으로 꼽히는 광고 동아리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생긴 지 10년이 채 안 됐지만 고려대 대표 광고 동아리로 자리매김한 ‘팝콘’은 최근 넘쳐나는 지원자 때문에 가입 절차에 면접을 추가했다. 매년 1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리기 때문이다.

김민중 팝콘 부회장(25·산업디자인과)은 “‘취업 스펙’ 중 하나인 공모전 등을 준비하는 데 수월한 측면이 있어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 동아리의 한 축을 이뤘던 이념 지향적 학술 동아리는 상당수 해체했다. 33년 역사의 고려대 ‘진보문예창작회’는 회장 김선형 씨(31·법학과)가 마지막 회원이다. 2001년부터 단 한명의 신입생도 받지 못했다. 국내 유일의 마르크스주의 연구 동아리였던 서울대 ‘프로메테우스’나 북한 문제를 연구했던 ‘맥박’ 등도 신입생 지원자가 없어 동아리 방에서 자취를 감췄다. 진보성향 학술 동아리에서 활동하다가 군 제대 후 광고 동아리에 가입했다는 이모씨(24·연세대 경제학과)는 “군대 제대 후 학점, 영어, 취업 등 현실적인 걱정이 많아지면서 동아리에서 진로를 준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통 문화 동아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33년 전통의 고려대 탈춤 동아리 ‘탈 사랑 우리’, 연세대 동아리 ‘전통무예 십팔기 연구회’도 지난해 신입생 부족으로 해체했다.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대학생들은 학문적인 가치와 현실 참여에 많은 관심을 뒀다”며 “하지만 지금은 졸업 후 먹고 사는 문제가 최우선이어서 동아리도 이 같은 흐름으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우섭/이현일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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