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로존 붕괴의 원년이 될 것이다. 그리스가 먼저 이탈할 가능성이 높고, 그 다음에는 이탈리아가 따를 것이다.”

영국 싱크탱크인 경제경영연구센터(CEBR)는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리스가 이탈하면 새로운 통화 도입과 효과적인 평가절하, 디폴트(채무 불이행)의 수순을 밟을 것이다. 반면 유로화는 평가절상된다. 국내 여론에 굴복한 독일이 유로존을 떠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새로운 마르크화의 가치가 급등할 것이며 독일의 수출 경제는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할 게 분명하다. 독일은 작은 국가들로 하여금 경제동맹을 떠나도록 조율할 공산이 현재로서는 크다.

《유로화의 종말》(요한 판 오페르트벨트 지음, 골든북미디어)은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로 초래된 유로화의 위기와 해결책에 대해 심도 깊게 고찰한 경제 서적이다. 유로존이 당면한 주요 쟁점의 우선 순위가 무엇인지, 해결 방법 중 하나로 거론되는 ‘유럽 헌법’을 제정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도 제시해준다.

저자는 유로존 국가의 구제금융으로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진정 국면에 들어간 현 상황을 ‘일시적인 봉합’에 불과하다고 진단한다. 그리스와 포르투갈 아일랜드의 디폴트를 막기 위한 조치를 둘러싸고 독일을 중심으로 한 북유럽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남유럽 국가들은 견해를 달리한다. 독일 진영은 재정위기 국가들에 재정 건전성, 국제 경쟁력, 금융 안정성을 회복하라고 요구한다. 또한 유럽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키려고 한다. 프랑스 진영은 보다 관대하다. 유럽중앙은행에 대한 통제력도 정치권이 갖도록 원한다.

독일과 프랑스가 구제금융에 합의했다 해도 유로존 붕괴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 아일랜드는 유로존의 근간을 흔들 정도는 아니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인구대국이 유사한 위기를 겪게 된다면 통제 불가능한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그리스 위기로 인해 새롭게 떠오른 문제는 ‘재정연맹’의 필요성 여부다. 장기적으로 회원국 간의 지급 불균형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문제다. 이는 유럽통화연맹이 완전한 정치동맹으로 발전해 국가 재정이 전 분야에서 연합을 이루고 노동시장이 더 유연해져야 가능하다.

제1장에서는 유로화가 출범하게 된 배경을 세계2차대전으로 거슬러올라가 정치적 목적에서 기인했음을 알려준다. 제2장에서는 바로 이 점 때문에 유럽통화연맹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들춰낸다. 정치인들의 어설픈 합의로 출범한 통화연맹에는 내외적인 불균형이 크다는 얘기다. 단순히 재정적자가 유로화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유일한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투기꾼들의 공격이나 금융위기와도 상관이 별로 없다고 지적한다. 3장에서는 재정위기가 어떻게 일어났고 대처했는지 살펴본다. 유럽 국가들은 언제나 한발 늦게 개입했고, 구조적인 모순에는 함구로 일관했다. 4장에서는 위기 해결의 열쇠를 쥔 독일이 유로화에서 탈퇴할 가능성에 대해 분석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